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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혜윰 Apr 23. 2024

감동

마음이 일렁이던 날

당신이 가장 감동한 순간은 언제인가요?




저는 다정함에 약한 편이라 쉽게 감동받고 표정을 숨기지 못하는 성격을 가졌어요. 작은 초콜릿에도 감동을 받고 꽃 한 송이를 받으면 그날은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아요. 선물로는 정성이 담긴 손 편지를 제일 좋아해요. 그래서 이번 질문을 받고 ‘가장’ 감동받은 순간이 언제인지 고르는 게 어려웠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를 고르자면 덴마크 여행에서 받은 네 장의 편지가 떠오르네요.


퇴사 후 덴마크에 한 달 살이를 하러 떠났어요. 대학교 전공 시간에 덴마크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선정되었다는 연구 자료를 접하고 꼭 가보고 싶었던 나라였거든요. 대체 행복이라는 보이지 않는 가치를 어떻게 느끼며 사는 건지 궁금해서 한 달 동안 30명을 인터뷰해 보고 타인의 행복을 공유 받으며 제 행복을 찾고 싶기도 했어요. 그 당시에 만나던 남자친구는 제 계획을 듣고 너무 멋진 생각이라고 말하며 출국 준비를 도와줬어요. 오랫동안 떨어져 있어야 하는 건 아쉬웠지만, 꿈을 응원해 주는 그에게 고마웠어요.


하지만 장거리 연애는 둘 다 처음이라 사소한 오해로 다툼이 잦아졌고, 그날도 말다툼을 하고 속상한 상태로 코펜하겐의 어느 거리를 걷고 있었어요. 안 좋은 기분은 빠르게 털어버리는 편이었는데 그 좋은 풍경을 봐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았어요. 하염없이 노래를 들으며 걷고 있는데 메세지가 왔어요.


‘어느덧 400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네, 앞으로도 평생 사랑해. 미안한 순간들보다 고마움으로 가득한 순간들이 많았으면 좋겠어. 함께해줘서 고마워, 보고 싶다.’


한국 시간으로 밤 12시, 함께해 줘서 고맙다는 영상과 마음을 꾹꾹 눌러 담은 네 장의 편지를 받고 길에서 펑펑 울어버렸어요. 상처 주는 말이 오고 갔던 날이라 미울 법도 한데 그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사랑을 보낸 거예요. 다정한 사람을 곁에 두면 세상이 더 빛나 보인다는 걸 깨달았고 그의 존재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어요. 그때의 남자친구는 지금의 남편이 되었고 얼마 전엔 작은 화분을 사들고 왔어요. 꽃집을 지나가다 예쁜 봄꽃을 발견하고 제가 생각났다고 하면서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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