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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혜윰 May 10. 2024

여행

일상의 변주

당신의 삶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여행은?




저에게 여행은 일상의 변주예요. 일상을 살다가 여행을 떠나면 주변 환경이 변하면서 모든 감각이 더 생생해지더라고요. 비행기 한 번 타본 적 없던 어린 시절에, 우연히 어떤 다큐멘터리를 보고 꿈꿨던 여행이 있었어요. 분홍돌고래 보투가 사는 아마존 여행이었어요. 그 당시 저에게 아마존은 너무나도 생소했기 때문에 먼 미래에 언젠간 꼭 가서 분홍돌고래를 보겠다고 다짐했어요.


작년 이맘때쯤, 신혼여행지를 정하는데 남들이 좋다고 하는 하와이나 칸쿤과 같은 예쁜 휴양지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부부로 맞는 첫 여행이니 더 특별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함께 무언가 도전하는 의미도 담고 싶었어요. 둘 다 가본 적 없는 곳을 가고 싶었고 선택지는 남미와 아프리카로 좁혀졌어요. 고민하던 찰나, 남미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아마존 강줄기가 보였어요.


“나, 오래전부터 분홍돌고래 보는 게 꿈이었어. 이제 개체 수가 얼마 남지 않았대. 아마존이 너무 가보고 싶어.”


그는 저의 눈이 순간 너무나 반짝거렸다고 해요. 마침, 그가 가장 가보고 싶었던 나라는 멕시코와 페루였고, 저희는 남미로 신혼여행을 떠났습니다. 세 번의 환승 끝에 꼬박 이틀이 걸려 아마존에 도착했어요. 하지만 현지 가이드가 분홍돌고래는 천운이 따라야 볼 수 있는 동물이라고 했고 너무 기대는 하지 말라고 말했어요. 걱정은 잠시 잊고 끝없이 펼쳐진 강에 감탄했어요. 그 중심에 서있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았어요. 고요한 강 한가운데에서 가끔 들리는 새소리와 강의 울렁임을 느끼며 돌고래를 기다렸어요. 종교도 없는데 속으로 얼마나 기도를 했나 몰라요. 간절하게 찾아봤지만 야속하게 돌아갈 시간이 되었어요. 뱃머리를 돌리려던 찰나 멀리서 아주 예쁜 딸기 우유색 돌고래가 나타났어요. 머리만 빼꼼 내밀고 홀연히 사라졌지만, 저는 그 분홍빛을 아직도 잊지 못해요. 그 찰나, 뭉클함에 눈물이 났고 부디 오래오래 살아주길 바라는 마음을 강에 두고 왔거든요. 꼭 다시 가고 싶은 여행지가 되어버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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