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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혜윰 May 17. 2024

책임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한 노력

지금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물건은 무엇인가요?




물건 수집을 좋아하는 맥시멀리스트인 저에겐 너무 어려운 질문이라 하루 종일 곰곰이 생각해 봤어요. 소중한 것들이 많아서 그중 뭘 고를까, 고민하다가 ‘지금 잃어버리면 슬픔이 밀려오는 것’을 기준으로 생각해 보니 딱 하나 남는 게 핸드폰이더라고요. 핸드폰의 기능 중, 저에게는 사진과 편리함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아이폰을 쓰고 있고 애플 제품을 사용한 지도 벌써 10년이 흘렀네요. 지금 제 곁에 있는 핸드폰은 작년 가을에 미국 여행에서 샀어요.


LA에 도착하자마자 핸드폰 카메라가 고장이 났고 마침 핸드폰을 바꿀 시기가 되어 애플 매장에 가서 바로 최신 기종인 아이폰 15 프로를 구매했어요. 이상하게 유난히 기분이 좋았어요. 한국에서 핸드폰을 바꾸면 늘 24개월 할부로 통신사에 매달 돈을 내야 했는데 어느덧 핸드폰 하나 정도는 그 자리에서 살 수 있는 어른이 되었다는 게 괜히 설렜던 것 같아요. 가장 중요한 사진부터 백업시키고 그날부터 저의 마지막 이십 대를 차곡차곡 쌓기 시작했어요. 핸드폰이 가장 소중한 이유는 아마 핸드폰이 담고 있는 추억들 때문인 것 같아요. 전화를 받고 문자를 위한 것이었다면 그저 기계에 불과했을 텐데 제 핸드폰에는 수만 장의 사진들과 제가 틈틈이 기록했던 메모들, 삶의 질을 높여주는 앱들이 가득 담겨있거든요.


하지만 가끔 핸드폰에서 벗어나서 살고 싶기도 해요. 특히 홀린 듯 몇 시간 동안 그 작은 온라인 세상에 갇혀 자극적인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는 스스로를 마주하면 자책하기도 해요. SNS에 대해 회의감이 들면서 저는 스스로 법칙 하나를 세웠어요. 이동 중에는 절대 핸드폰을 보지 말 것, 잠들기 1시간 전부터는 핸드폰을 멀리할 것,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핸드폰을 보지 않을 것. 이렇게 세 가지만큼은 꼭 지키려고 노력해요. 저한테 귀한 추억 상자이기도 하지만 잘못 사용하면 시간 도둑이기도 하니까요. 소중한 것에는 책임이 따르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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