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의 힘
매년 다양한 아이들을 만나다 보면 유독 눈에 들어오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머리가 좋거나 특출한 재능이 있어서가 아니라 누가 보던 보지 않던 진득하니 자신의 일을 하는 친구들입니다. 사실 초등학생 아이들이 해야 할 과업은 그리 대단한 것들은 아닙니다. 아침에 학교에 와서 자기 자리를 정리하기. 시간표에 맞춰 교과서를 준비하기. 자습을 하고 수업에 참여하기. 친구들과 사이좋게 놀기. 집에서 필요한 공부하기. 하지만 이 사소한 것들이 매일매일 쌓이고 반복되면 학년이 올라갈수록 아이들에게 엄청난 능력치가 됩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의 아이들에게는 부모의 관리와 지지가 있어야만 기본생활습관 및 학습습관을 세우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할 수 있다'라는 성취감을 경험하며 무엇인가 스스로 해 내고 싶은 주도성과 내적 동기를 형성시켜 나갈 수 있습니다.
3학년 담임을 할 때 만났던 현우는 그런 아이였습니다. 그렇게 안정감 있는 3학년 남학생은 처음 만나봤을 정도로 현우는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는 성품을 지닌 친구였습니다. 수업 태도나 과제해결은 물론 청소나 정리정돈까지 현우는 허투루 대충 하는 법이 없었습니다. 또한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부담스러운 일들도 현우는 도맡아서 해냈습니다.
한 번은 합창대회 준비를 할 때였습니다. 노래와 어울리는 퍼포먼스를 남학생 1명, 여학생 1명이 해야 했습니다. 모두들 부끄러워하기 싫어했는데 현우는 부담스러워도 저의 제안을 받아들여줬고 현우의 멋진 연기 덕분에 공연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친구들이 싫어하는 것까지 기꺼이 해내는 현우를 보며 다른 친구들도 현우가 하는 말과 행동을 모두 믿어주고 지지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결국, 아이들이 매일 쌓아가는 이 성실이라는 태도는 내 삶에 발전을 가져오는 것은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큰 무기입니다.
에릭슨의 심리 사회적 발달 이론에 따르면 초등학교 시기는 4단계 근면성 대 열등감의 단계입니다. 아이들은 가정에서 벗어나 학교에 입학해 더 넓은 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작은 사회를 경험합니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앞으로 살아가면서 필요한 기초적인 인지적, 사회적 기술을 습득합니다. 이 과정에서 성실하게 배워나가는 아이들은 스스로에 대한 유능감을 느끼고 근면성을 형성시켜 갑니다. 하지만 근면성을 획득하지 못한 아동들은 스스로에 대한 열등감을 느끼게 됩니다.
열등감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앞으로 더 발전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나친 열등감은 아이들에게 무기력을 배우게 합니다. 즉, 초등학교 시기의 아이들은 꾸준한 노력을 통해 크고 작은 성공을 경험하고 이것이 토대가 되어 실패도 극복할 수 있는 마음의 자산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컵들의 왕국에는 전설처럼 전해오는 이야기가 있어요. 광장 한가운데 있는 높은 탑 꼭대기에 올라가 영웅컵을 차지하는 컵이 진정한 영웅이라는 것이지요.
컵들은 저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영웅의 조건을 말하며 자신이 영웅이라고 으스댑니다. 튼튼하고 힘이 세야 야 한다. 남을 위해 희생할 수 있어야 한다. 남을 이끌 줄 알아야 한다. 지혜로워야 한다. 용기가 있어야 한다 재주가 뛰어나야 한다. 지구를 지켜내야 한다. 무조건 이겨야 한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말한 컵들 모두 결국 영웅컵에 있는 기둥 위까지 올라가지 못합니다.
과연 어떤 컵이 영웅컵을 차지했을까요? 그림책을 꼭 읽어보시라는 의미로 답을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각자 '영웅의 조건'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사람이 영웅이라고 생각하실까요?
사실 우리 아이들 모두에게는 영웅의 조건이 있습니다.
다만 그 조건을 성실히 키워나갈 수 있도록 주위의 도움과 지지가 필요합니다.
얼마 전, 예전에 함께 근무했던 선생님으로부터 현우의 소식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6학년이 되어서도 학교 방송반을 하면서 친구들과 선생님의 신임을 받고 공부도 상위권을 유지하면서 무사히 졸업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속으로 정말 감사하고 행복했습니다.
티 나지 않지만 매일매일 내디디는 한 걸음의 힘이, 성실의 힘이 우리 아이들의 행복한 미래를 만들어갑니다.
어린이책을 읽습니다.
어린이를 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