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인식능력(2) : 나 자신 사랑하기
6학년 담임을 맡았을 때였습니다. 그때 만났던 6학년 아이들은 그동안 만났던 6학년 아이들과 정말 다르게 대체로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태도, 밝은 미소와 공손한 언어를 사용하는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3월 개학 첫 주 마무리를 하면서 아이들과 약속을 정하는 날이었죠. 우리 반의 가치를 정하고 약속을 정하고 회장을 뽑고 각자 역할을 정하고, 우리 반의 주인이 우리들 자신임을 일깨우는 하루를 보냈습니다. 허나 그중 끝끝내 아무 역할을 정하지 못한 여학생이 있었습니다. 수영이었습니다.
“선생님, 하고 싶은 역할이 없어요.”
“음. 그럼 여기 있는 역할이 아니더라도 네가 우리 반을 위해서 하고 싶은 일을 해보는 건 어때?”
“제가 우리 반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할 수 있을까요? 오히려 피해를 끼칠 것 같은데요?”
잠시 멈칫했습니다. 스스로 잘 해내지 못할 거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게 안타까웠습니다.
“우리 반 학생들 중 어느 누구도 불필요한 존재는 없어. 네가 여기에 있다는 것은 우리 반에 꼭 필요하고 소중한 존재라서야.”
수영이는 스스로 잘하는 것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면서 마음이 많이 위축된 아이였습니다. 공부도 못하고 키도 작고 얼굴도 못생겼다고 생각하면서 뭐 하나 자신감 있게 행동하지를 못했습니다. 친구들과의 관계도 원만하지 않아서 그 해 제가 수영이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주었습니다. 남아서 같이 공부도 하고 이야기도 하고... 수영이가 스스로가 존중받을만한 존재라고 느낄 수 있도록요.
자아존중감, 자존감은 자기 자신을 가치 있고 긍정적인 존재로 평가하는 개념입니다. '난 내가 좋아.' '친구들은 나를 좋아해.' 등 자기 스스로 혹은 다른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평가, '난 수학을 잘해.' '종이 접기를 잘해.' '줄넘기를 잘해.'처럼 어떤 과업을 완성하는 능력에 대한 평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나는 이것을 극복할 수 있어'라는 회복탄력성과 같은 개념을 모두 포괄합니다.
자존감은 단순히 스스로가 스스로를 평가해서 형성되는 감정은 아닙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어렸을 때부터 주양육자와의 상호작용, 주변 사람들에 대한 평가들로 형성되며, 결국 이 모든 것이 통합되어 나 스스로에 대한 감정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자존감과 자주 비교되는 개념으로 자존심이 있습니다. 자아존중감과 자존심은 스스로를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유사하지만 그러한 존중의 출발점이 무엇인가라는 측면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자아존중감은 상황에 관계없이 스스로에 대한 존중이 확고한 것이고, 자존심은 상대방의 평가를 통해서만 자기 만족감을 얻는 것라는 점입니다.(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여기, 자존심과 자존감 사이에서 갈등하는 한 망고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사실 저의 이야기, 우리의 이야기도 합니다.
이 책의 주인공 망고는 사실 아보카도입니다. 하지만 망고는 친구들에게 자신의 원래 모습을 보이면 친구들이 자기를 싫어할까 봐 늘 아침마다 자신을 가립니다. 친구들은 망고를 좋아하지만, 망고의 마음 한 구석에는 본모습을 알면 친구들에게 버림을 받을 것 같은 두려움과 본모습을 가리고 친구들을 속이는 불편함이 공존합니다. 비가 오는 날에도 망고는 맘 편히 친구들을 만날 수 없습니다. 혹시라도 빗물에 화장이 벗겨져 시커먼 아보카도의 모습이 나타날까 봐서입니다. 아보카도인 망고는 상대방에 평가에 의해서만 만족할 수 있는 반쪽자리 자존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죠.
그러던 어느 날 친구 체리가 강물에 빠져서 위급한 상황에 처합니다. 체리는 수영을 하지 못했고 망고는 수영을 할 수 있었습니다. 망고는 갈등을 합니다. 물에 뛰어들어 체리를 구할 것인가, 체리는 다른 방법으로 구하고 끝까지 자기를 가릴 것인가. 과연 아보카도는 뛰어들어 체리를 구했을까요?
우리 반 친구들은 대부분 과감히 뛰어들어 체리를 구하겠다고 말합니다.
선생님! 체리는 분명 망고가 아보카도일지라도 망고를 싫어하지 않을 거예요.
저는 이 대답에서 아이들이 자존감을 형성시켜 나갈 수 있는 출발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 세상에 있는 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이 우리 아이들 주변에 있다면 우리 아이들의 마음속에 자존감의 씨앗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울 수 있다는 것을요.
책을 다 읽고 아이들과 내 마음속 아보카도를 함께 적어봤습니다.
내가 숨기고 싶은 나의 모습은 영어를 못하는 것, 노래를 못하는 것, 무서운 것을 싫어하는 거야.
내가 숨기고 싶은 나의 모습은 나에게 딱 맞는 친구가 없다는 것, 가끔 동생이 없어져 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거야.
내가 숨기고 싶은 나의 모습은 3학년인데 아직도 카봇을 보고 있다는 거야.
내가 숨기고 싶은 나의 모습은 학교에선 안 그런 척 하지만 집에서는 언니랑 엄청 많이 싸운다는 거야. 나는 싸우는 내 모습이 싫어. 지는 것도 싫어.
그리고 서로에게 이야기했습니다.
괜찮아. 넌 있는 그대로 소중해!
아침 출근길, 즐겨 듣는 <최수진의 모닝스페셜> 오프닝 멘트가 하나 떠올랐습니다.
Imperfections are not inadequacies;
They are reminders that we’re all in this together.
“우리가 완벽하지 않다는 게 충분치 못하다는 건 아닙니다.
그 부족함 때문에 우리는 결국 서로 채워가면서 함께 산다는 걸 깨닫게 되는 거죠.”
이제 중3이 된 수영이와 앞으로 만날 친구들에게 이야기해 주고 싶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완벽하지 않은 너를 사랑해.
어린이 책을 읽습니다.
어린이를 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