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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레어온더문 Feb 02. 2021

모델 하우스? 오픈 홈!

사는 모습을 결정하기 위한 표본

한국에서 어쩌다가 분양한다는 아파트의 모델하우스를 거래 목적 없이 두어 번 가봤고 꽤 인상적이었던 것은, 입구에서 슬리퍼로 갈아 신고 들어가는 것, 양복차림의 직원들이 휴지나 티슈를 주던 것, 수많은 인파에 놀랐고 정교한 모형을 보는 재미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얼마 전에 국내 유명 기업에서 주거문화의 하이엔드 기준을 제시한다는 비전과 함께 하이엔드 주거 브랜드를 선보였다. VVIP의 ‘The Only One’을 구현한다는 브랜드를 런칭헀고 core value를 Absolute High-end, Timeless Value, Beyond Compare로 잡았다. 모델하우스를 [컬렉터의 집]이라는 테마로, 상위 0.1% 라이프스타일 컬렉터의 취향과 안목을 반영한 독보적인 공간을 선보이겠다고 하여 과연 그 것이 어떤 것일지 궁금하여 예약제인 이곳을 방문해 보았다.

모델하우스는 입장부터 사전 예약한 10명 미만의 그룹별로 지정 큐레이터가 안내해주었다. 희소성을 내세우며 고급스러운 가구와 마감재 그리고 이상적인 공간의 형태를 구현했다.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골격이 우월하게 타고나는 것처럼 높은 천정 고, 여유로운 공간과 같이 우월한 구조를 기본으로 갖추고, 그다음 천연 스톤과 같은 Authentic 한 마감재가 기본 스킨이 되었다.

그리고 희소가치 있는 유명 작가의 예술품과 가구, 조명, 가전 등으로 공간에 의미를 부여하며 기본적으로 럭셔리 공간이 갖추어야 할 요소를 모두 갖추었다. 특정 페르소나와 라이프스타일 연출을 위해 사운드 룸이나 디너 테이블 등을 구성했는데 그 공간에서 드라마를 보듯 상위 0.1%의 모습만을 상상했던 것은 나만 이었을까? 그런데 0.1%가 이런 삶을 영위한다면 굳이 이런 모델하우스에 찾아오지 않을 것 같았다. 아마도 방문객은 대부분 99.9%에 속할 테고, 이런 공간에 대한 욕망을 품지만 이내 모델 하우스임을 인정하고 드라마의 세트장처럼 대하며, 결국 이 모델하우스는 너무 이상적이어서 실제 주거공간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 같다.  


뉴질랜드에는 집 매매 시 오픈홈이라는 것이 있다. 판매자와 부동산 에이전시 합의를 통해 주말을 비워두면 부동산 에이전트가 집을 오픈하여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시스템이다. 그냥 지나가던 사람도 open home이라는 간판이 붙어있으면 들어가서 자유롭게 볼 수가 있다. 오픈홈을 통한 매매율이 얼마나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렇게 방문하는 집들은 너무나도 실제 상황이다. 좋은 집은 좋은 집 대로, 그저 그런 집은 그저 그런 집 대로 사는 모습을 그대로 볼 수가 있다. 나의 삶을 이 공간에 현실적으로 대입해 볼 수가 있다. 이상적인 공간을 보여 주는 것이 좋은 것인지, 현실적인 공간을 보여 주는 것이 좋은 것인지 판단할 수는 없지만, 사는 공간을 거래하기 위한 표본에 있어서도 명확히 다른 방식이 참 신기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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