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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지 Jun 02. 2023

인생의 선택 | 말돈 소금 시나몬롤

제주 베이크샵 스니프


시나몬 롤을

고르는 것도 선택


나에게는 다양한 분야의 멘토들이 있다. 그중 가족의 소개로 알게 된 헤어숍 원장님은 나보다 훨씬 선배지만, 새로운 생각을 재료로 무언가 만들어내는 걸 좋아한다는 점에서 성향이 비슷해서 종종 깊은 대화와 고민을 나누어왔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그녀가 물었다.

"00 씨, 큰 선택을 하고 나서... 후회해 본 적 있어요?“ 점심을 먹다가 뭔가 말해줄 듯 말 듯 망설이더니 설명 대신 질문을 던졌다. "살다 보니 커리어에 결정적인 선택의 순간이 오더라고요. 그리고 그게 후회로 남기도 해요… 만약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지금의 나는 어땠을까 하는... “


그때의 선택 때문이었을까. 그녀는 이후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며, 25년 간 쉼 없이 달려오던 일을 정리하고 하와이로 떠났다.



커리어에서

중요한 선택의 순간


얼마 전 회사에서 입사 10주년을 맞았다. 새로운 분야에 적극 도전하며 군더더기 없이 보낸 '열정의 주니어 시절'이었다. 지금부터는 어떤 시니어가 되고 싶은지를 생각하며 선택을 만들어가야 한다. 당장은 아니겠지만 커리어의 방향이 달라질 수도 있다.


다만, 이제까지와 달라져야 할 것은 ‘성장'이 보다는 '지속'이 키워드라는 것. 가능한 오래도록 일하고 싶다 그리고 높이 올라가는 걸 추구하기보다는 일에서 '의미'를 발견해 가며 지속하고 싶다. 무엇보다도 그동안 익혀 온 것들이 좀 더 가치 있는 일에 쓰이면 좋겠다. 그런 방향으로 커리어를 지속해나가고 싶다. 그 선택으로 후회를 하게 될까? 아니면 그럭저럭 괜찮을까? 아직은 알 수없다. 결과는 언제나 선택한 뒤에 알게 될 것이다.




베이크샵 스니프

Bakeshop Sniff


남편과 입사 연도가 같아 함께 10주년을 기념할 겸 제주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그곳에서 예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Bakeshop Sniff에 갔다. 처음 보는 다양한 종류의 시나몬롤들이 쇼케이스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매장은 어느 아파트 상가 1층으로 내부는 따뜻한 우드톤과 브랜드 상징인 버건디 컬러로 꾸며져 있었다. 그리고 스테인리스 선반 위에 가지런한 시나몬롤들이 진열되어 있었는데 아이싱이 많은 미국 스타일보다는 오히려 북유럽과 한국 사이의 느낌이었다.


언젠가 스웨덴에서 온 교환학생한테 오리지널 레시피를 전수받았을 정도로 시나몬롤을 좋아한다. 계피와 설탕이 만났을 때 그 특유의 향도 좋아하지만, 흔치 않은 카다멈이라는 향신료의 맛이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이곳 Sniff는 더티초코, 메이플, 말돈 소금, 솔티드 캐러멜 피칸, 버터버터, 클래식 시나몬롤이 있어 종류가 무려 6가지나 된다.


쉽게 올 수 없는 곳인 만큼 고민이 됐다. 그렇다면 나의 선택은?





인생도 빵을 고르는 것처럼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바로 ‘모두’였다. 뭘 골라야 할지 모르겠어서 고민을 하고 있으니, 옆에서 남편이 종류별로 다 사서 먹어보자고 했다. 처음엔 너무 많아서 안된다고 웃어넘겼으나 생각해 보니 그러지 못할 것도 없었다. 인생이란 실전에서 모든 그럴 수 있는 순간은 흔치 않으니! 덕분에 제주도를 떠나는 날까지 질리도록 시나몬롤을 먹었다.


세상에 고민한다고 해결되는 일은 없다지만, 무언가를 미리 생각해 보는 건 가끔 꽤 도움이 된다. 막상 무슨 상황이 닥쳤을 때든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게 해 준다. 그리고 이런 생각들이 모여 더 나은 선택으로 날 이끌어주리라 믿는다.


오늘도 참 좋은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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