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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지 Jul 28. 2023

나만의 분위기 | 잠봉 뵈르 바게트

역삼동 바게트 케이


바게트는 집집이

다른 맛이 난다


워킹맘은 수영/사이클/마라톤 세 종목을 함께 뛰는 철인 3종 경기를 하는 것처럼 산다. 온몸을 던져 물살을 가르고, 질주하고, 다시 내달리는 숨 가쁜 나날들. 그리고 미처 뭉친 근육들이 풀리기도 전 다음 날이 시작되는 현실이 그렇다. 그럼에도 나는 가정도, 일도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란 존재도 아직 내려놓고 싶지 않다.


그래서 좀 더 멀리 내다보는 목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 지난한 레이스를 통해 '나는 무엇을 얻고 싶은 걸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나만의 것을

발견하고 만들어가는 것


영화 라라랜드에서 주인공 세바스찬은 "어떤 사람들의 열정은 사람을 이끄는 힘이 있어"라고 했다. 여기서 어떤 사람이 ‘나만의 것’을 잘 만들어낸 사람일 것이다. 얼마 전 가수 겸 작곡가 정재형 씨의 유튜브를 보면서 어렴풋이 이런 사람이 그런 사람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본인에게 주어진 삶을 치열하게 살아낸 뒤, 그 경험들이 잘 어우러져 만들어진 사람. 그리고 그것들이 그 사람만의 유일무이한 취향과 아우라를 만들어 냈다.


삶으로 체득한 말랑말랑한 취향서부터 단단한 원칙과 스스의 신념들을 만들어내는데, 그렇기에 타인에 의해 섣불리 가치 매겨질 수 없는 그 사람만의 고유함이 완성되는 것이다. 내가 찾은 답은 그랬다.



독보적인 분위기

바게트 케이 Baguette K



인생까지는 몰라도 빵에 대해서 만큼은 스스로 확고한 취향(입맛)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 편이다. 그리고 ‘바게트 케이'는 요즘 내가 가장 좋아하는 베이커리다. 유명 프랜차이즈나, 성공한 개인 베이커리 대비 다소 정직한 분위기로 그 깊이는 쉽게 가늠할 수 없는 독보적인 곳이라서다. (사실 몇 해 전까지만 한 달에 한번 카카오톡 선예약으로만 바게트를 구입할 수 있었던 곳이다. 당시 나도  몇 번 시도해 보다가 그만뒀던 기억이 있다. 다행히 이제는 대기 없이 살 수 있다.)


시그니처인 바게트는 말이 필요 없고, 바게트 샌드위치 종류도 재료가 내는 맛을 조화롭게 담아낸다. 트렌디한 식재료가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오히려 제대로, 고퀄리티로 승부하겠다는 신념이 느껴지는 맛이다. 크루아상/뺑오쇼콜라도 바삭하면서 촉촉하고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버터향이 풍미의 밸런스가 좋아 먹고 나면 기분이 금세 좋아진다.




그렇게

쌓아가고 있다는 느낌


그러나 다짐만으로 나만의 것을 쌓아가는 삶을 살 수 있는 건 아니다. 미세한 와이파이도 감지해 내고 연결하는 스마트폰처럼, 하루 수많은 이벤트들 속에서 내가 얻어갈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시그널을 감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회사에서 오가는 대화들 속에서, 출근길 잠깐 읽은 책 속의 몇 줄로부터, 퇴근길 무심코 본 인스타그램의 피드에서 등등.


그러나 그것 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지쳐있을 때는, 회사 카페 뷰 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 바게트 케이 샌드위치를 먹으며 재정비의 시간을 갖는다. 그러면 이내 무뎌졌던 마음이 되살아나는 걸 느낀다.



오늘도

좋은 점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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