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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지 Sep 01. 2023

단호해질 결심 | 빵오쇼콜라

내방역 라이프 브래드


여름은

빵오쇼콜라와 함께


마침내!

8월이 끝났다


얼마 전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을 봤다. 훌륭한 미장센만큼이나 주옥같은 대사들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주인공 해준이 서래에게 말한 부분이다.


"서래 씨는요. 몸이 꼿꼿해요. 긴장하지 않으면서, 그렇게 똑바른 사람은 드물어요. 나는 그게 서래 씨에 관해 많은 걸 말해준다고 생각합니다."


말하지 않아도 많은 말을 해준다라... 나는 이것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보았다. 직장생활에 있어서 이보다 좋은 게 있을까. 그래서 하루에도 몇 번이고 일할 때 앉는 자세, 걸을 때 걸음걸이를 다잡았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나를 대신해 말해주기를 바랐다.


운이 좋게 육아휴직 중 승진을 했다. 그런데 복직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팀의 몇몇 선배가 퇴사하면서 갑자기 맏언니 자리까지 맡게 되었다. 회사 규모가 작은 편은 아니라 동기들 사이에서 흔치 않은 케이스였다. 게다가 팀장님과 나 사이는 10년으로 꽤나 차이가 났지만, 아래 후배 팀원들과는 1~5년 정도로 가까운 특이한 구조였다. 업무 시에도 과제에 따라 함께할 멤버가 정해지는 식이라 딱히 고연차라고 직책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팀장님은 계속 나에게 팀 내의 여러 고민들을 나누고 싶어 했고, 팀원들은 내가 그런 위치로 본인들과 달라지는 걸 불편해했다. 수직적이지 않은데 그렇다고 수평적이지도 않은 개인플레이 중심의 이 팀에서, 한마디로 눈치는 눈치대로 책임은 책임대로 더 요구받는 상황. 이게 최근 회사생활에서의 가장 큰 고민 포인트였다.




라이프 브래드

Life Bread



그리고 보니 방배동에 일본 골목길에서나 마주칠 법한 분위기의 빵집이 있다. '헤어질 결심'의 서래처럼 일본식 빵은 겉모습 만으로도 많은 걸 말해준다. 개인적인 기준으로는 달고 폭신하지만 인공적이면 미국식, 담백하지만 겉이 질기면 유럽식, 아기자기하지만 조화로운 분위기를 내면 일본식이라고 생각한다.


라이프 브래드는 그런 의미에서 딱 일본식 빵이다. 손바닥보다 조금 큰 미니 바게트 샌드위치는 모든 재료가 가성비 좋게 풍성한 맛을 냈고, 크루아상과 빵오쇼콜라의 촘촘한 결은 버터 풍미를 꾹꾹 담고 있다. 거기다 부드럽고 쫀쫀한 식감의 식빵까지 모두 같은 맥락이다. 음료마저 드립커피 메뉴 한 가지로 고민을 덜어주니 이보다 깔끔할 수는 없다!





이번 가을에는

‘단호해질 결심'이 필요하다



여름도 끝이 나는 건지 출퇴근길 공기가 제법 선선하다. 올여름을 보내며 내가 내린 결론은 결국 이 또한 결심으로부터 출발해야 한 다는 것. 용기가 필요하다.


우선 직장에서 남이 요구하는 내가 아닌 '나 스스로가 납득할 수 있는 방향'을 정해보자. 그다음엔 거기에 맞춰 나를 만들어가겠다는 결심. 그리고 그걸 일관되게 지켜나가는 의지. 그렇게 나는 단호할 결심이 필요하다. 남에게 지나치게 신경 쓰면 이도저도 안될 때가 많다. 결국 그것들이 나의 자세, 행동, 표정으로 묻어 나올 테고 많은 걸 타인에게 나에 대해 말해줄 테니까.



오늘도 좋은 점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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