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꼼 다비뛰드
복직 한 달 차. 또다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주말이 지나갔다.
이제는 일상이 되었지만 나에게도 설렘으로 가득 찬 주말이 있었다. 열심히 일한 주중에 대한 보상으로 주말 이틀은 아침 운동, 약속, 쇼핑, 데이트 등으로 꽉꽉 채워 힐링의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런데 복직을 해보니 워킹맘의 주말은 육아를 위한 시간일 뿐이었다. 휴직 때 보다 주중과 주말의 경계가 더 명확해져 더 혼란스러웠다. 그래서 현실을 받아들이는데 용기가 필요했다. 이전에는 당연히 누리던 것들로부터 멀어져야 할 때 필요한 마음가짐이었다.
봄 날씨가 좋아 점심시간에 혼자 산책을 하다가 목금토에만 문을 연다는 유명한 빵집에 다녀왔다. 강남역에서 내려 국기원 쪽으로 가파른 언덕을 오르다 다시 내려가는 길목에서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영업 전부터 매장 앞에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고 오후 1시쯤이면 이미 쇼케이스가 텅 비어있는 곳. 누구나 이곳을 나설 때면 양손에 커다란 쇼핑백이 들려있다. 빵의 종류는 바게트, 치아바타 같은 식사류부터 페이스트리, 마들렌, 쿠키, 타르트로 다양한데 리뷰를 찾아보니 뭘 먹어도 다 맛있을 거라는 글이 많았다.
우선 바게트 샌드위치와 커피 한잔을 시켜보았다. 신선한 리코타 치즈 위로 하몽과 무화과가 잘 어울렸다. 샌드위치를 먹고 나서 추가로 산딸기 타르트를 주문했다. 작은 타르트 위에 정성스럽게 올라간 산딸기가 그림 같았다. 타르트의 크림이 많이 달지 않았고 바닐라 향이 은은하게 느껴지는 맛이었다. 그 이후로도 몇 번 더 방문해 크루아상이나 휘낭시에도 먹어보았다. 역시나 크루아상도 촉촉하면서 부드러운 버터 풍미가 좋았고, 휘낭시에도 훌륭했다. 소문대로 어느 하나 적당한 맛을 내는 법이 없이 가장 좋은 맛을 냈다.
사실 꼼 다비뛰드는 오래전부터 꽤 유명했는데 잠시 휴식기를 가지고 재오픈한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그 인지도를 십분 활용해 ‘최고'나 '제일'이란 이름으로 새롭게 리브랜딩 할 수도 있었을 것 같다. 그러나 또다시 '여느 때처럼'이란 이름을 내건 건 아마도 사장님의 단단한 마음가짐 때문이 아닐까.
그 모습에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됐다. 복직 이후 새로운 '일상'에 적응하고 있는 요즘.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아직은 모든 게 서툴고 부족하다는 걸 안다. 그러나 ‘늘 하던 대로’ 이 시간들을 차곡차곡 보낸다면, 언젠가 내공을 있는 성숙한 어른이 되어 있지 않을까?
오늘도 좋은 점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