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코지 May 09. 2023

출근 전 나만의 시간 | 에스프레소 컵케이크

강남역 리퍼크 & 리암스 케이커리


공백.

여백의 시간


3개월 정도 되니 언제 쉬었나 싶을 정도로 다시 일하는 삶이 익숙해졌다. 하지만 조급한 마음이나 하루종일 분주한 머릿속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시간에 머릿속 모든 생각을 비우고 나에게 집중해 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혼자 그렇게 결심을 한 건 아니고 최근에 점심시간에 책방에서 만난 책 [화이트 스페이스]에서 바쁠수록 잠시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마치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은 달력처럼, 머릿속이 깨끗하게 비우라는 의미에서 [화이트 스페이스]인데, 결국 그 과정을 통해 우리는 번아웃에서도 벗어날 수 있고 생산적으로 시간을 쓸 수 있는 것이었다. 보통의 자기 개발서처럼 ‘몰입해라, 움직여라, 삶의 불필요한 것들을 줄여라' 같은 잔소리가 아니라서 마음에 들었다.


평소 팀원들 대비 한 시간 정도 출근이 이른 탓에 아침 시간이 업무적으로 여유로웠다. 우선 그 시간을 적극 활용해 보기로 했다.




리퍼크와 리암스

Reperk X Liam’s Cakery



출근길에 있는 카페 리퍼크. 아침 시간 직장인으로 북적이는 강남 한복판임에도 불구하고 카페 내부는 마치 딴 세상인 것처럼 평온하다. 이른 아침 여유로운 분위기와 통창으로 들어오는 청량한 햇살을 맞으니 잠시 출근길이었다는 사실도 잊는다. 언젠가의 즐거웠던 여행의 순간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렇게  마음껏 이 여유를 누린다.


리퍼크에는 커피와 함께할 수 있는 디저트로 Liam's의 컵케이크를 판다. 한남동 작은 골목길에 있던 Liam’s cakery는 한국에서는 맛보기 힘든 진득한 맛의 미국식 컵케이크 전문점이다. 리퍼크에 와야 하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처음 먹어봤을 때 촉촉하고 진한 초코 시트와 상큼한 아이싱 크림의 맛에 놀랐었다. 이곳에는 없지만 Liam's의 초콜릿 케이크는 내 인생 케이크 중 하나다. 지금은 청담동에 매장을 넓혀 이전해 자주 갈 수는 없지만 다시 만나니 너무나 반가웠다.





달디단

컵케이크



아침시간이라 단 음식이 살짝 먹기 부담스럽긴 했지만 오늘 만큼은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진하고 씁쓸한 아메리카노에 컵케이크의 조합으로 오늘 하루 잠깐의 공백을 만들어냈다.


새로운 프로젝트,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의 문제, 아기의 어린이집 생활, 아기 병원 진찰, 그 외 집안일들... 짧은 순간이지만 모든 문제들을 잠시 내려놓고 머릿속을 깨끗이 비워본다.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잠시 멍을 때리기도 하고 햇살을 즐기기도 한다. 그렇게 출근길 잠깐의 시간을 투자한 덕분에 한껏 평온해진 마음 그리고 기운을 모아서 오늘도 잘 해내보자!


좋은 아침이었다.





이전 02화 단단해지기 위한 시간 | 마들렌 글라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