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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휘케치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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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훈 Aug 17. 2021

[휘케치북] 21.08.17

추천곡과 더불어 시시콜콜한 일상과 생각을 담았습니다

‘좋은 밤 좋은 꿈 - 너드커넥션’

‘젊은 우리 사랑 - 검정치마’


그냥도 좋은 곡인데 비가 내려서 더 듣기 좋습니다.

너드커넥션과 검정치마의 곡입니다.


순천에서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와 함께 조곡동에 살 때,

집을 나와서 왼쪽으로 직진 앞이 막힌 갈림길에서 다시 오른쪽으로 가면 골목을 빠져나오고 논이 있었습니다.

이 논을 가로지르는 하나의 길이 있었는데 그때는 밤에 이 흙길을 가는 게 아주 무서웠습니다.

그때는 가로등도 하나 또는 두 개밖에 없었고 그 흙길 위에 뱀이 발견될 때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디든 어두운 길을 간다는 것은 어린날 굉장히 무서운 일이어서 어쩌다 그 길을 가야 할 때면 전속력으로 달렸습니다.

그 긴 길을 가는 동안 숨도 안 쉬었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달리기를 정말 잘했습니다.

여하튼 그런 논과 논길이 있었고 그곳에 가면 사방에서 귀뚜라미가 울었습니다.

엄마랑 같이 돌아오는 논길에서는 늘 하늘을 봤습니다.

집에서도 귀뚜라미가 울었지만, 논에서는 사방에서 귀뚜라미가 울어대니 방향을 잃고 멍하니 하늘만 바라볼 수밖에 없습니다.

현실은 사라지고 어둠 속에 별만 빛나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밤이 되면 귀뚜라미가 웁니다. 지난주부터 일입니다.

지난 토요일 밤부터는 확연히 선선한 바람이 불어서 이제 돌이킬 수 없이 가을이구나 싶었습니다.

귀뚜라미가 우는 것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들립니다.

매미가 가고 귀뚜라미가 오는 시기입니다.


어제 귀뚜라미가 어디서 우는지 궁금해서 마당으로 나갔다가 감나무에 붙어있는 매미 껍질을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놀라서 넘어질뻔했습니다.

매미가 탈피하면서 남긴 껍질이 참 괴이합니다.

어떻게 저렇게 껍질을 고스란히 매달아 두고 날아갔는지 모르겠습니다.

놀라는 바람에 귀뚜라미들도 소리를 죽여서 귀뚜라미는 구경도 하지 못하고 집으로 다시 들어오니 그제야 귀뚜라미들이 웁니다.


앞선 추천곡과 아주 다른 곡이지만 아까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서 생각났던 곡이어서 하나 더 공유해둡니다.

왠지 이 노래를 들으면 라디오를 틀어놓고 신나게 퇴근하는 느낌이 들어 좋거든요.

'사랑은 창밖에 빗물같아요 - 양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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