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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휘케치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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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훈 Sep 09. 2021

[휘케치북] 21.09.09

추천곡과 시시콜콜한 일상 그리고 생각을 담았습니다.

‘Move Together - James Bay’


어젠 새벽까지 거실에서 대화를 나누면서 다과를 먹었고 떠들썩하게 음악을 들었습니다.

이제는 쌀쌀해진 날씨 탓에 창문을 닫아야 좋고, 창문을 닫으면 나름 방음이 좋아 밖으로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습니다.

헤어짐에 대한 언급을 딱히 하지 않고 웃고 있으니 그저 어떤 날에 보내는 저녁과도 같았습니다.

보내기 아쉬우니까 다과를 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아쉬움이나 보내는 것에 대한 어떤 표현은 하지 않으니 기묘한 일입니다.

이게 어쩌면 잘 보내는 방법인지도 모릅니다.

영화나 소설에서 처럼 멋지게 그동안 함께 해준 것에 대한 감사와 앞날에 대한 축복을 전하는 것도 멋지지만 수줍은 사람들에겐 그들만의 방법이 있습니다.

한시가 될 때쯤에 짐을 아직 안 쌌다는 말에 기겁을 했습니다.

학원 때문에 내일 열한 시에 나가야 한다더니 대체 어쩌려고 라는 생각이 가족들 눈동자에 떠올라 있습니다.

새벽 중에 테이프 뜯는 소리가 집에 울리고,

부엌에선 이참에 냉장고를 정리하겠다며 팔을 걷어 부칩니다.

대체 새벽에 왜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부산함이 좋습니다.


누군가를 떠나보낼 때 부산스러운 것을 어릴 때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큰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땐 마을에 오랜 친구가 장례식장이며 식사자리며, 운구 행렬까지 오셔서 시끄럽게 소리 지르고 트집 잡고 속상한 말을 뱉었습니다.

그 말을 들은 몇몇 어른들은 대체 왜 그런 말을 하냐며 성을 냈고 그런 난리통에 어느새 정신 차려보니 묘지였습니다.

그때보다는 조금이나마 더 나이 들어서 생각해보니 그게 헤어짐이었습니다.

그 사람 나름대로 소란을 피워가며 가족들의 슬픔을 흩어내고 친구를 마음에서 떠나보내는 과정이었나 봅니다.


<Move Together>라는 곡을 들으면서 매력에 빠진 James Bay는 저만 몰랐던 가수인가 봅니다.

많은 히트곡과 수상,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다고 가수에 대한 설명에 적혀있습니다.

발매한 곡들을 리스트에 담아 두고 <Hold Back The River - James Bay>을 들어보니 이제야 귀에 익습니다.

늘 쓰는 진부한 표현입니다만 ‘개인적으로는’ <Move Together>가 더 좋습니다.

두 곡 모두 여유 있는 오후, 서쪽으로 넘어가 힘이 꺾이고 노랗게 변한 햇살이 떨어지는 곳, 서늘한 계절에 어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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