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휘케치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창훈 Sep 20. 2021

[휘케치북] 21.09.20

추천곡과 더불어 소소한 일상 그리고 생각을 담았습니다.

'Hoppipolla - 호피폴라'

'너의 바다 - 호피폴라'

'About Time - 호피폴라'


일전에 한번 소개한 밴드 호피폴라의 <Hoppipolla>입니다.

제가 몹시도 애정 하는 아이슬란드 밴드 Sigur ros의 대표곡이고, 밴드 호피폴라가 리메이크했습니다.

밴드 명 또한 이 노래 제목에서 가져왔습니다.

아이슬란드 어로 '물 웅덩이에 뛰어들다'라는 의미여서 큰 의미를 둔 곡 제목은 아니고, 곡 자체가 주는 느낌이 아이슬란드 그 자체와 동일해서 좋아하는데 밴드 호피폴라는 자신들 만의 색으로 편곡해서 느낌이 원곡과 또 다릅니다.

개인적으론 메인보컬 아일의 목소리로 시작하는 도입부가 가장 좋습니다.

첼로가 포함된 밴드의 특성 탓인지 곡 자체에 여타 밴드와 다른 느낌이 묻어 있고, 제 나름대로는 이것이 북유럽의 감성을 떠올리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감성은 <About Time>에서도 여실히 드러나는데 전형적인 한국형 가사에도 불구하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느낌이 있습니다.

오늘 휘케치북 추천곡은 그런 서늘한 공기를 머금은 것으로 모았습니다.

지난번엔 <그거면 돼요>를 추천했습니다.


이불들을 세탁하고, 수건을 한쪽에 개어둔  정성스럽게 내린 커피를 마시고 있습니다.

대청소라도 한번 할까 생각하다가 괜히 과한 움직임으로 지치기보단 여유롭자는 생각에 앉았습니다.

추석 명절이 시작된 날입니다.

토요일부터 연휴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인지 무척이나 한산합니다.

휘겔리 가족들도 모두 저마다 고향으로 갔고, 어제 오후부터는 집에 혼자 있게 됐는데 새삼 이렇게 혼자 있던 날이 언제였던가 싶어 미묘하게 반갑더군요.

그런 반가움도 해가 지고 어둠이 찾아오자 공허하고 무서웠습니다.

밤바람에 스치는 나뭇잎 소리, 지나가던 개 짖는 소리, 전화 통화를 하던 누군가의 웃음소리, 가을가을 울어대는 귀뚜라미 소리가 정겹기보다 을씨년스러웠습니다.

글을 멈추고 일찍 침대에 누워서 유튜브로 무한도전 영상을 보며 웃다가 잠들었습니다.


아침에 대추나무에 대추를 따려던 분들이 있었는데 그 모습과 들려오는 소리가 좋아서 신경 쓰지 않다가

뭔가를 던져서 마당에 떨어지는 소리가 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집 밖으로 나가 제지를 요청했습니다.

무심코 던진 것들이 사람이나 물체를 상하게 할 수 있으니 위험하고, 사다리나 막대기가 없이 열매를 수확하긴 요원한 일입니다.

집에 있는 긴 막대기와 사다리, 돗자리를 빌려드릴까 싶었지만 왠지 그런 소란함보다는 고요한 날이고 싶어서 오지랖 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대추나무 쪽에 차가 주차돼있기 때문에 수확을 돕자면 차도 옮겨야 하는데 반쯤은 귀찮음도 있습니다.

명절 연휴 중 대추나무에 대추를 따가기로 한 분들이 있었는데 아직 안 오셨습니다.

그분들이 아니 온다면 크게 종이를 적어서 누구나 대추를 가져가실 수 있도록 공유하고 싶습니다.

딱 이맘때 대추를 수확해야 맛있습니다.

한알을 따서 물에 씻은 후 입에 물었는데 사과맛이 납니다.


이틀 전에 마무리될 줄 알았던 태국 치앙라이의 글이 자투리처럼 남아서 어제서야 마무리하게 됐습니다.

쓰면서 사족처럼 여겨지는 게 아닌가 싶어 조심스러웠는데 전하고자 하는 무형의 요소가 닿아있어서 포함했습니다.

글의 행선지는 이제 스페인과 영국으로 갈 텐데 글의 시간이 지금 시기와 맞물려서 참 좋습니다.

개인적으로 글을 쓴다는 것은 그 글 속으로 들어가서 여행을 하고 있는 것과 같아서 망원동에서 글을 쓰는 동안 환경적으로 일치되는 게 하나라도 더 있을수록 몰입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음악이나 커피, 샴푸 냄새, 그때도 사용하던 맥북, 날씨, 온도 어떤 것이라도 좋습니다.

개중에 계절과 날씨는 제어할 수 없으니 부디 가을이여 천천히 오시고 느리게 가시길.

매거진의 이전글 [휘케치북] 21.09.18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