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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훈 Oct 14. 2021

[휘케치북] 21.10.14

추천곡과 더불어 소소한 일상과 생각을 담았습니다

언젠가는 - 이상은

‘언젠가는 - 미도와 파라솔’


어제, 오늘 날씨는 참 가을입니다.

낮에는 더운가 싶고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합니다.

새벽에 자는 동안엔 추워서 옷을 더 입어야 하나 이불을 두텁게 덮어야 하나 싶지만 그러기엔 또 덥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얼굴이 찬 공기에 노출된 탓인지 목이 잠겨있는데 그럴 때 물로 가볍게 목을 축인 후 커피를 내려 마시면 그렇게 좋습니다.

직접 갈아서 드립으로 내리는 커피는 웬만해선 사계절 내내 따뜻한 것으로 마시는데 따뜻한 커피가 그윽하고 풍부한 향과 함께 몸안으로 들어가는 느낌을 만끽하기엔 가을과 겨울처럼 좋은 계절이 없습니다.

평소에는 드립 커피를 한잔, 이후로 마실 일이 있으면 라테로 마시는데

이런 계절엔 잔수를 헤아리지 않고 좋을 때마다 사십니다.

카페인에 민감하지 않은 탓에 마셔도 수면에는 크게 영향받지 않습니다.

내킬 때면 수면에 지장을 받더라도 커피를 마시는 순간의 행복이 더 좋기도 합니다.


따뜻하다고 하기엔 다소 뜨거운 가을 햇볕이 온전히 떨어지는 곳에 작고 기다란 테이블이 있습니다.

마포구 아주 작은 카페 앞입니다.

토스트 하나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키고 야외 테이블에 앉아 노트북을 펼쳤습니다.

가게의 어닝에 얼굴만 간신히 그늘에 리웠고 나머지는 온통 햇볕에 맡겨집니다.

햇살에 온통 몸을 맡기고 있으면 늘 여행이 생각납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햇볕을 두려워하며 살았기 때문인가 봅니다.

운동장이며 잔디며 아파트 단지 어딘가를 늘 누비고 뛰어다녔던 어린날엔 한 번도 희어본 적이 없어서 성인이 된 이후에는 내 피부도 한 번쯤은 희고 싶다는 마음을 품고 해를 부지런히 피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흰 피부는 되지 못해도 이전만큼 검진 않았습니다.

직장인이 되고 나니 해가 뜨고 다시 질 때까지 사무실에 있느라 검어지기가 쉽지 않더군요.

그럴 때는 여름이라며 어디 한번 놀러 갔다 와야 검어졌습니다.

그늘을 찾아다니고 한강에서는 나무 밑에 자리 잡는 게 자연스러웠는데 여행을 나갔더니 그늘 밑에만 사람이 없고 온통 해 아래 눕고 앉아있는 걸 봤습니다.

햇살이 이렇게 따사로운데 왜 피하기만 한 건지 스스로도 의아해서 이후로는 해가 있으면 쬐고, 없으면 없는 대로 시원함을 즐기고 있습니다.


어제 나눴던 이야기 중에 ‘낭만이란 뭘까요?’라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대학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한참 나누던 중에 나온 이야기였습니다.

아직 졸업하지 않은 사람과 이미 졸업 한 사람 모두가 얼굴에 의문을 띄우고 건네는 말에.

대학은 학생이란 마지막 경계에 있으니 이 틀 안에서 보내는 모든 시간이 낭만이라고 답했습니다.

답변이 참 모호하기 그지없고 무책임하게도 느껴지지만 돌아보니 저한텐 정말 그러했기 때문입니다.

‘노르웨이의 문장들’에서도 언급했습니다만 저는 대단히 오래, 대단히 열성적으로 낭만을 찾아 헤멧 습니다.

그럼에도 낭만이 그때는 쉬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부단히 발광하고 고민했는데도 그랬습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OST를 생각 없이 따라 부르다가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

하지만 이제 뒤돌아 보니

우린 젊고 서로 사랑을 했구나”

이 가사가 불현듯 다가오더군요. 이상은의 <언젠가는>입니다.

안다고 생각했던 가사가 이제야 온전히 다가왔습니다.

노래가 발매된 93년부터 이십여 년에 가까운 시간 중에도 그렇습니다.


이 노래의 후렴구 중 일부는 이렇습니다.

“어디로 가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잘 안다고 하는 부모님도, 이미 살아봐서 안다는 어른들도, 경험이 많다는 선배들도

그 어느 누구도 우리 인생이 어떻게 어디로 가는지 모릅니다.

그러니 고민하고 방황하고 발버둥 쳐보고 때론 쉽시다.

이런 말들을 이틀 전에 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하고 싶은걸 찾아보고

하고 싶은걸 해보고

도전해보고 실패해보고 좋아해 보고 사랑해보고

좌절하고 울고 청춘을 부르짖고 친구와 우정을 다지고 여행을 떠나보고 추억을 만들어보고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보고 혼자 사색해보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보고 음악도 해보고 술도 마셔보고 그 모든 것을 해봅시다.

왜 어떻게부터 고민하고 행동으로 옮기고.

불필요한 잠을 자고 싶은 만큼 늘어져서 자고 의미 이 단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유튜브를 보며 늘어진 나태함은 쉬이 응원하지 못하지만  어느 것이든 낭만을 즐기려는 마음을 잡고 있다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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