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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휘케치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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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훈 Nov 04. 2021

[휘케치북] 21.11.04

추천곡과 더불어 소소한 일상과 생각을 담았습니다

‘화이트 - 다비치’

‘기름 같은 걸 끼얹나 - 버벌진트’


휘케치북을 오래 읽어오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휘겔리 하우스에는 네 그루의 나무가 있습니다.

한 주를 경계로 우측의 감나무는 한 잎 남김없이 노랗게 물들었고

우에서 좌로 그 단풍의 물결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한 집에 있는 나무인데도 위치마다 품종마다 물드는 것도 제각각이니 그래서 이 시기가 아름다운 듯합니다.

집 마당에 제각각의 단풍잎이 곱게 흩날려 떨어졌고,

대문의 기와지붕 위까지 소복합니다.a

늘 그렇듯 낙엽을 쓸지 않고 두었습니다.

바닥에 떨어진 낙엽으로 물든 땅을 보는 것과 밟을 때 나는 바스락 소리도 좋습니다.

시간이 더 지나면 바싹 말라버린 잎이 채도를 잃고 잘게 부서지겠지만 그때까지는 천천히. 천천히 쓸어내려합니다. 

누군가 보기엔 을씨년스러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나름의 낭만입니다.

한 번씩 쓸어 모은 낙엽을 자그마하게 태우면 그 타는 냄새가 또 그렇게 좋을 테지요.


모처럼 평일에 여유로운 아침을 맞이하면서 

며칠 전부터 말썽인 보일러를 교체했습니다.

가장 좋은 것으로 효율이 1등급이라는 아저씨 말에 괜히 뿌듯하고,

올 겨울이 유난히 따뜻할 것 같아서 또 기분 좋습니다.

교체가 끝나자마자 샤워를 하고 나온 가족은 온천에 다녀온 것 마냥 황홀해하니

요 며칠간 우리가 물을 끓여 캠핑처럼 사용한 것이 난방의 소중함을 이토록 깨닫게 해줬구나 싶습니다.


당분간 크리스마스 때까지 대부분의 추천곡은

겨울, 가을, 서늘한 날, 눈, 크리스마스와 관련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캐럴이나 겨울 노래라는 게 신기하게도 25일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듣지 않게 되는 듯해서

늘 11월부터 길게, 오래 듣습니다.

그러다 보면 12월쯤부터 기존 노래는 이제 지겹다며 새로운 겨울 노래들을 찾아 헤매겠지요.

2010년에 발매된 버벌진트의 <기름 같은 걸 끼얹나>는 장작 같은 노래였습니다.

왠지 메마른 목소리와 가사 탓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비치가 리메이크한 <화이트>는 듣다보면 핑클의 목소리가 생각나고,

그럼 그 노래를 자주 듣던 그해 겨울이 생각납니다.

1999년에서 2000년, 새 시대로 넘어가던 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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