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휘케치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창훈 Nov 10. 2021

[휘케치북] 21.11.10

추천곡과 더불어 소소한 일상과 생각을 담았습니다

‘In Too Deep (Acoustic) - Jacob Colier’

'심야활동 - 요다영'


아침 10시에 해가 비추면 그 햇살이 거실 끝까지 들어와 눈길을 사로잡고 행복감이 차오릅니다.

이 햇살이 어디서 왔을까 하고 시선을 따라가 보면 큰 거실 창문으로, 감나무 사이로, 앞집 지붕 너머로 해가 떴습니다.

환하게 반짝이는 풍경이 좋아서

나가려던 발걸음을 차마 옮기지 못하고 거실에 앉았다가

앉는 것보다 그런 거실을 조금 더 지켜보고 싶은 마음에 커피를 내렸습니다.

흐린 날인지 구름에 가릴 때마다 햇살의 조명이 들어오고 꺼지기를 반복하는 동안 자리에 앉아 글을 썼습니다.


엄마가 광주에서 올라오는 날이기에 나갈 채비를 하는데

커튼봉에 걸어둔 청남방을 입고 싶어서 손을 뻗다가 그대로 뒀습니다.

청남방을 좋아하시나요?

저는 참 좋아합니다.

그런데 이 청이라는 게 관리하기가 참으로 힘듭니다.

단추를 서너 개 풀어헤쳐서 입지 않는 이상 목에 쓸리는 옷깃과 소매가 금방 더러워지고

세탁을 하면 물이 금세 빠지기에 손빨래를 해야 하는데 

요령과 부지런함이 없는 이의 손빨래란 세탁기보다 거칠어서 탈색을 부추길 뿐이라

결국 세탁소에 드라이클리닝을 맡겨야 합니다.

이 역시 몇 번이 반복되면 처음의 색이라고 하긴 어려워지는 게 청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오랫동안 이 남방을 유지해서 입는지 의문입니다.

그저 옷걸이에 걸어 눈에 보이는 곳에 두고 예쁘다 하며 보고 있습니다.


엄마와 다니는 서울엔 가을의 단풍이 온통 물들어 울긋불긋하고, 남산을 지나 다녀온 병원엔 저마다 시름이 아롱아롱했습니다.

삼청동에 차를 세워두고 가을을 걸으며 단풍이 예쁘다 거리가 아름답다고 하였는데 조금 전 집에 돌아와 책상에 앉은 밤에 돌이켜 생각해보니 산동액을 넣으면 망막이 확장되어 어지럽다는데 대체 엄마는 무엇을 어떻게 보고 다니는지 모르겠습니다.

한 해 동안 서울로 오갈 때마다 병원을 나와 거니는 서너 시간이 물에 젖어 아롱거리는 불빛 같았을 것을 생각하니 애잔합니다.


아이슬란드의 글은 데생하듯 세심히 더듬는 시선입니다.

글을 보고 여행의 상황과 감정, 생각뿐만 아니라 풍경을 떠올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굳이 보지 않아도 보지 못해도 가보지 못해도

머리와 마음에서 상상되는 것이 있기를 바랍니다. 보지 않아도.


휘케치북 추천곡은 Jacob Colier의 <In Too Deep> 어쿠스틱 버전과 요다영의 <심야활동>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휘케치북] 21.11.08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