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휘케치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창훈 Nov 11. 2021

[휘케치북] 21.11.11

추천곡과 더불어 소소한 일상과 생각을 담았습니다

‘#9 Dream - Jose Gonzalez’

‘The Wolves & The Ravens - Rogue Valley’

‘Dirty Paws - Of Monsters and Men’


잎이 막 떨어져 앙상한 나무에 감들이 주렁주렁 열렸습니다.

잎에 가리워져 있으면서도 없는 것과 같았던 열매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거실에 드리운 햇볕에 설레어 거실에 앉았다가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에 살펴보니 새들에게도 감나무 열매들이 발각된 듯합니다.

매해 그랬듯 높은 위치에 감은 새들의 몫으로 남겨질 터인데 

비둘기라는 녀석이 가지에 앉지 않도록 주의를 경계해야 합니다.

영리해서 저에겐 영악한 이 녀석은 쫓아내면 다시 찾아오길 겁내는데 쫓지 않으면 반복해서 찾아들고

가지에 머물면 마당이며 차 위에 변을 뿌리기 마련입니다.

아주 작은 참새들은 짹짹하며 우는데 그 소리가 여리고 맑아서 듣기 거북하지 않고

두 마리 세 마리 다섯 마리가 뭉쳐있으면서 서로에게 놀라 이리 뛰고 저리 날아가니 보고 있는 것조차 즐겁습니다.


낙엽은 여전히 마당에 가득히 뿌려져 있고

어젯밤에는 한번 더 가족들에게 일부러 쓸지 않았노라고 혹시나 치웠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면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낙엽을 모아서 작게 태울 때 나는 냄새에 대해서 말해줬더니 

그럼 그 안에 고구마를 넣자는 말에 그러자며 함께 웃었습니다.

낙엽이 얼마나 빨리 타버리는지 고구마가 익는데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필요하단 걸 모르는 도시촌 사람들인가 봅니다.


집에 한그루 있는 신기한 단풍나무는 붉게 태어나서 이제는 완연히 초록 잎이 됐습니다.

단풍잎이 풍성한 곳을 거실에서 보고 있으면 이제 막 봄이 된 것인지 알쏭달쏭합니다만 창문을 열기가 무섭게 찬 공기에 놀라게 됩니다.

의아한 건 저뿐만이 아닌지 집 앞을 지나는 사람들도 초록 잎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괜히 시간을 거슬러 계절의 감성을 방해하는 듯한 느낌이지만

달리 생각하면 여름이 가을이 느리게 가길 겨울이 느리게 오길 원하는 이들에게 기분 좋은 잎사귀이고

초록이 있어야 노랗고 붉고 주황으로 물든 잎들도 어울려 예쁜 법입니다.


언젠가부터 해 아래 있는 것이 좋아서 

이렇게 거실로 햇볕이 들어오는 시기가 되면 어떻게든 거실 책상에 앉아서 햇살 아래 있으려고 졸린 눈과 몸을 일으키고

밥을 미룬 채 커피를 내려 마십니다.

오늘은 아이슬란드의 다섯 번째 이야기를 갈무리하려 노력해볼 테고 그것을 위해 그때 듣던 음악을 가득히 듣습니다.


휘케치북 추천곡은 영화 <월터 미티> OST 중 3곡입니다.

아이슬란드를 담은 영화에는 아이슬란드가 담긴 음악.

매거진의 이전글 [휘케치북] 21.11.1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