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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휘케치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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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훈 Nov 15. 2021

[휘케치북] 21.11.15

추천곡과 더불어 소소한 일상과 생각을 담았습니다

‘제자리 - 젊은이’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 김동률’


순천에서 광주로 오고 얼마 안 되었을 무렵입니다.

그러니까 아주 오래전, 초등학교 2학년이나 됐을까, 햇살이 쨍한 날 오후 집에서 유리컵과 접시를 깼습니다.

산산조각이나 사방으로 튄 유리를 보면서

다시는 되돌릴 수 없다는 것에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내려앉은 심장으로 이를 어째야 하나 걱정하며 유리를 쓸어 담으며

하나도 아니고 둘이라니 엄마한테 혼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이란 1학년과 별반 다르지 않아서 이제 말 조금 더 잘하고 조금 더 뜀박질 잘하는 유치원생과 다를 바 없었고,

유리로 된 식기를 깼다는 것은 어마한 사건이었던 것입니다.


유리를 두꺼운 종이에 모아 테이프로 감아서 밖에 다 내다 버리려다가

식기를 깼다는 사실을 숨기는 게 왠지 나쁜 것 같아서 메모를 적어 식탁에 올려두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집에서의 걱정이 문밖으로 나가면 사라지던 때였기에

신나게 동네 친구들과 놀다가 모른 시름을 까무룩 잊었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을 때에서야 유리를 깼다는 생각이 들어 걱정이 찾아왔습니다.


엄마는 숨기지 않고 말해줘서 고맙다고 했습니다.

그게 첫마디였습니다.


그래서 나는 숨기지 않는 사람이 됐습니다.


부모란 어떻게 이런 위대한 사람들일까.

아주 작은 한마디 어투 표정 온기만으로도 사람이 바르게 성장하도록 무형의 것을 명확히 가르치고 인도합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로는 사람이 바르게 성장하는 것에 대한 가르침을 받을 기회가 드물고,

학교에서 배우는 전공과목은 하나의 아주 작은 부분도 500페이지짜리 두께의 책과 3개월 반 가량의 강의를 필요로 하는데

교실을 나가는 학생들은 와이파이 비밀번호 외에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글이 길어졌는데 

집에서 접시와 그릇, 컵이 없어지고 있길래  생각입니다.

어디서 다 깨지나봅니다.


휘케치북 추천곡은 젊은이의 <제자리>입니다.

앨범의 곡 설명은 다소 무겁지만 듣기에 따라 다른 것 같습니다.

어느 날 하나의 일기처럼 단풍이 든 계절에 걸으며, 버스 창문 밖을 보며, 거실 한켠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들어도 좋을 노래.

그런 노래가 하나 더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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