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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휘케치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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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훈 Dec 01. 2021

[휘케치북] 21.12.01

추천곡과 더불어 소소한 일상과 생각을 담았습니다

‘Christmassy! - 더보이즈’

‘My Kind of present - Meghan Trainer’


12월이 오면 하고 싶은 것들이 있으신가요?

저는 매해 12월이 오면 가슴이 아프도록 뜀박질을 하고 싶습니다.

추운 날에 운동장으로 나가 달리다 보면 

얼마 뛰지도 않았는데 심장이 뻐근하고 폐가 부풀어 몸이 좁다며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살아있구나 싶죠.

어린날엔 해마다 겪었는데 이제는 쉬이 달리지 않는 몸으로 느낄 일이 많지 않습니다.


12월이 오면 가을에도 잘하지 않던 산책을 나가고 싶습니다.

쌔하고 차갑고 쨍하게 시린 공기가 몸안으로 들어오고 나가는 동안

움켜쥔 두툼한 옷 틈새로 몸을 숨기고 

이제는 숨구멍이 없이 얼어붙은 단단한 땅을 자박자박 밟아가며 걷고 싶습니다. 

앙상해진 가지도 저마다 서서 모여있으면 겨울 풍경만의 정취가 있는데 

이런 앙상함을 볼 수 있는 기간이 잎에 가리워 풍성해진 기간보다 짧아서 귀합니다.

시린 날에는 유독 사물이 또렷하게 보이는 것은 러시아 대기가 중국의 먼지를 밀어냈기 때문인지

추운 날의 과학적인 원리인지

앙상해진 가지 틈 사이로 더 많은 풍경이 비춰보이기 때문인지 알 수 없습니다.


12월이 오면 백화점으로 가고 싶고, 번화한 거리를 걷고 싶습니다.

이제는 소박해진 장식과 분위기에도 그런 곳에 가면 저마다 크리스마스를 위해 장식한 불빛이 반짝이고

어디선가 캐럴과 시즌 송이 흘러나옵니다.

대한민국에 저작권법이 개정되고 공연보상금이라는 것이 들어선 해에 거리에서 음악이 사라졌고

뒤따라서 불빛이 사람들의 발걸음이 그 시기에 설레던 분위기가 사라졌으니

음악의 힘이란 참 대단합니다.


12월이 오면 편지를 쓰고 싶습니다.

서점과 문구 거리의 좌판마다 판매하던 다양한 크리스마스 카드를 소중히 고르다 보면

빈곤했던 어린날 주머니로는 예쁜 카드를 양껏 살 수 없어서 질과 양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어쭙잖은 카드를 골라 내용을 빼곡히 써서 보낼 때가 있었습니다.

편지는 적었으나 전달하지 못한 카드도 있습니다.

언젠가부터는 12월에 카드가 크리스마스인 듯 연말인 듯 신년인 듯 모호해지더니

카드 자체를 주고받는 일이 희미해졌습니다.

언제든 어디서든 무한하게 의사를 전할 수 있는 스마트 폰이 그런 가능성만을 열어준 날부터였을까. 모르겠습니다.

여전히 편지와 카드가 좋고, 여의치 않으면 메일이 좋습니다.


특별한 달, 특별한 시기, 특별한 음악과 분위기.

매해마다 12월이 오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번 12월에는 특별히 글에 대한 소망이 있습니다.

아이슬란드 이야기와 더불어 더 많은 이야기를 집중해서 할 수 있기를.


휘케치북 곡은 어제 말한 대로 시즌송들입니다.

<Christmassy> 지난해 더보이즈라는 그룹이 발매한 곡인데 하이틴 캐럴송으로 정의하고 있네요.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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