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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휘케치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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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훈 Dec 03. 2021

[휘케치북] 21.12.03

추천곡과 더불어 소소한 일상과 생각을 담았습니다

‘크리스마스 노래 - Cube Artist’

‘울어도 돼 - 비투비’

‘Winter Wonderland - Andra Day’


감나무에 잎사귀가 하나도 없습니다.

완전히 가지만 남은 감나무와 단풍나무 밑에 이제는 바싹 마른 낙엽이 수북합니다.

아침엔 까치가 찾아와서 빈 가지에 앉았는데 감히 지저귄다고는 할 수 없이 깍깍깍깍 울부짖더군요.

홍시감은 이제 없고 높은 가지 위에 땡감들만이 잘 익은 채 매달려있으니 하나 자시고 갔으면 했습니다.


춥고 추운만큼 공기가 좋아서 하늘은 깨끗하게 푸르고 모든 사물이 또렷하게 보이는 날,

낙엽이 바싹 말라 채도가 낮은 마당에 지난주에 수확해둔 홍시감들만 주황으로 어여쁩니다.

후숙 하여 먹으라며 현관 앞 벤치에 모아뒀는데 그사이 누가 먹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얼려두었다가 전자레인지에 가볍게 돌려 셔벗처럼 먹어도 맛있는 홍시감은 왠지 온전한 모양을 했을 때보다 거의 흐물 해져 버렸을 때 먹은 기억이 많습니다.


옆집 담벼락에 기대어 선 목련 나무는 월동 준비를 마치고 

가지 끝마다 붓을 닮은 겨울눈을 매달고 있습니다.

솜털로 둘러싸인 채 겨울을 버텨내 봄이 오면 새하얗고 거대한 꽃잎을 펼쳐내겠지만

어쩐지 내 눈엔 겨울눈을 한채 매달려 있는 모습이 목련의 아름다움입니다.

겨울눈이 1,2월이 되면 더 크게 부풀어 올라서 늦은 밤 가로등 불에 비춰 매달려있는 모습이 늘 인상 깊습니다.


마당과 길가의 풍경과 계절의 어떤 것을 늘상 이야기하는 것은

이렇게 시선을 던져서라도 

흘러가는 시간과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들을 붙잡아 마음에 욱여넣고 내 삶의 풍요로운 한때가 오늘도 있었음을 느끼기 위해서입니다.

여행을 떠나면 절로 세상을 들여다 보고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일상에서도 있길 바랍니다.


열두 시가 되어서야 거실로 비춰 든 햇살이 거둬졌습니다.


Christmas’s back again 이란 말이 좋아서 듣고 있는 비투비의 곡과 

예쁜 목소리들을 모아 부른 <크리스마스 노래> 

그리고 개인적으로 몹시 좋아하는 Andra Day가 부른 <Winter Wonderland>를 추천합니다.

인도의 어느 도시 요새에서 황량한 대지를 내려다보며 맞이하는 크리스마스가 떠오르는 목소리 Andra Day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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