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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휘케치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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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훈 Dec 08. 2021

[휘케치북] 21.12.08

추천곡과 더불어 소소한 일상과 생각을 담았습니다

‘Last christmas - Johnny Orlando’

‘나 그댈위해 시 한편을 쓰겠어 - 케이시’


여행에서 만나 이따금 메일을 주고받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한 명과는 꽤나 굵은 유대감을 갖고 있는데 (물론 내 입장에서)

이 사람과 메일이 빈번하거나 내용이 유별난 건 아닙니다.

딱히 이유를 찾을 순 없지만 이 사람을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끈이 굵게 이어져있는 느낌입니다.


우리가 다른 나라에 있을 땐 그 거리를 격하고 만나는 것을 딱히 바라거나 기대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 거리만큼 먼 곳에서 자유롭게 서로의 안부를 묻고 근황을 전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제는 둘 다 한국으로 돌아와 서울 어딘가에 터를 잡았지만 이런 마음의 저변은 서로 마찬가지여서 

굳이 만나려는 생각을 하지 않았고 만나지 않아도 그저 이렇게 메일을 주고받아서 좋습니다.

메일의 간격은 6개월에 한 번, 혹은 그보다 짧거나 긴데 빈번함의 정도가 이 유대감에 영향을 주지 않았고

도착한 메일을 읽고도 그 답장이 조급하지 않습니다.

참 좋습니다.


연락이 뜸하고 만남이 뜸하면 토라지고 멀어지는 이들에 비할바가 아닙니다.

내 인생을 뒤흔들고 세계를 돌아 휘겔리에 도착하기까지 허상처럼 사라진 사람들이 많습니다.

특히 글을 쓰고 코로나 시황에 나서서 모임과 만남을 만들지 않으면서 더욱 그렇습니다.

언젠가 한 번은 오랜만에 만나 한잔을 기울이면서 서운하다 섭섭하다 하기에

연락을 안 한 것은 당신도 마찬가지기에 우리가 연락이 없이도 잘 살다 이제야 만난 것 아니겠냐는 말에 그제야 얼굴을 풀고 웃더군요.


나의 다음을 꾸리고 현재를 사는 동안 변화된 것들이 있어

우리가 한참 모이던 그때만큼 얼굴을 볼 순 없겠지만

저는 늘 그 자리에 있습니다.

연락이 닿고 손이 닿지 않아도 마음의 거리는 누구와도 멀어지지 않은 채 제자리입니다.

이런 제 글이 닿는다면 스스로 멀어진 이들도 마음의 거리를 다시 좁혀 제자리로 오시길.


함께 지내는 휘겔리 가족들과 떨어지기 전에 편지를 써볼까 싶어서 자판을 두드리다가 내용을 옮기기 위해 펜을 들었습니다.

손으로 긴 글을 쓰는 일이 드문 탓인지 오랜만에 펜을 쥐고 글을 쓰니 손아귀의 감촉이 어색하고

글씨 또한 뜻대로 잘 써지지 않습니다.

이런 걸 개발새발이라고 하나 봅니다.


추천곡은 도입부가 굉장히 기분 좋은 Johnny Orlando의 <Last christmas>와

케이시의 <나 그댈위해 시 한편을 쓰겠어>입니다.

수업 때 떠오르지 않은 질문이 지나고서야 떠올라 묻지 못한게 있고

당신들을 만나는 동안의 감정과 시간들도 그때는 무엇인지 몰라 전하지 못한 게 많습니다.

편지와 글이란 그런 지나간 것을 다시 붙잡아 전할 기회를 주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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