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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휘케치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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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훈 Dec 10. 2021

[휘케치북] 21.12.10

추천곡과 더불어 소소한 일상과 생각을 담았습니다

‘고백 - 장범준’

‘타이밍 - WM 엔터’


당근이라는 걸 해봤습니다.

언제나 처음이라는 것은 왜 이리 신묘하여 설레고 즐거운지

비싸게 산 물건들을 헐값에 넘기면서도 마음이 좋습니다.

어쩌면 저는,

쓰지 않을 물건을 팔아 조금이라도 보전한 금액보다 판다는 행위 자체를 즐거워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가구와 소품 다섯 개 정도를 연달아 올려두고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다가

조금 전에 애정 하던 석유 난로를 전달해드렸는데

마음이란 참 얄팍해서 한 번이라도 더 불 피워 보고 줄 걸 싶습니다. 

난로를 켜면 그 특유의 냄새와 공기를 데우며 피어나는 아지랑이,

난로 위에 둔 냄비가 끓어올라 따뜻한 차 한잔 마시는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사무실에서 사용하실 거라며 가져가신 중년 남성분에게 난로와 더불어 남은 등유 말통도 쥐어 드리면서 

난로로 인해 즐거웠던 기억을 마음에 갈무리합니다.


사러 온다는 사람들의 연락이 연달아 와서

그 약속들을 다음 주 여유 있는 날로 잡아두고서 집을 빙 둘러봅니다.

이성적인 눈으로 살피면 나누거나 내놓아야 할 것이 많지만 마음 같아선 다 지니고 싶습니다.

이 집에 필요한 것을 꾸리던 기억이 아직 생생하기 때문인 듯합니다.

문을 열고 들어오면 따뜻함과 아늑함으로 당신의 삶을 감싸겠다는 마음으로 준비해온 것들이 도처에 즐비합니다.


지닌 것 중에 가장 쓸모없는 것 두 개를 꼽으라면 꽤 커다란 우체통과 DVD 플레이어인데 둘 모두 단 한번 사용한 일이 없습니다.

하나는 가족들 마음의 소리를 듣고 돕기 위해

다른 하나는 감성적인 거실 생활을 위해 준비했는데 

우체통은 마음의 소리를 듣기엔 붙어살며 하는 대화가 많아 부질없었고

DVD 플레이어는 DVD를 이용할 일이 없어서 부질없었습니다.

조금 더 살펴서 조금 더 내놓아야겠습니다.


코로나가 아니라면 싱그러운 봄날 집에 사용하지 않는 것을 꺼내어 마당에 진열하고

저처럼 필요하진 않지만 판매할 수 있는 것을 가진 사람들을 모아 플리마켓을 열고 싶습니다.

작은 전단지 몇 장을 뽑아 망원동 전봇대에 은밀히 달아두고서

보물을 찾듯 지도를 살펴 찾아온 두어 명의 사람들이 가볍게 둘러보고 웃으며 돌아가도록.


휘케치북 추천곡은 박혜경의 노래를 불렀는데 곡 자체가 장범준 화 돼버려 혼란스러운 <고백>과

2018년 WM 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이 모여 만든 시즌송 <타이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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