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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휘케치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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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훈 Dec 12. 2021

[휘케치북] 21.12.11

추천곡과 더불어 소소한 일상과 생각을 담았습니다

‘니가 내려와’

‘동화 같은 우리의 크리스마스’


왜인지 요즘 뒤적인 시즌송들은 소속사라거나 친분으로 뭉친 여러 가수가 모여 부른 노래가 많습니다.

오늘 휘케치북 추천곡 또한 그러하여 가수명을 따로 기입하지 않았습니다.

서로 다른 노래인데 단체곡의 특성인지 비슷한 구석이 있습니다.


겨울이라며 캐럴과 재즈, 시즌송을 즐겨 듣고

트리 장식으로 집을 꾸미고도 왠지 아쉽고 허전하다는 생각이 들어 가만히 앉아있다가 창밖으로 시선을 옮겼습니다.

눈이 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창문이 조금 열리고도 그리 춥지 않은 날, 습기를 머금은 공기를 느끼면서 눈이 오지 않기 때문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지난 1월엔 느닷없이 내린 폭설로 분당에서 집까지 오는 길이 더뎌 세 시간 운전을 해야 했고

라디오에서는 눈과 관련된 노래와 디제이의 고양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대비 없는 폭설로 정체된다느니 제설 작업이 늦다던가 하는 소리를 들으며 조심히 눈길을 뚫고 망원동에 도착했을 땐 

골목이며 집, 세상 전체가 희게 뒤덮여있었습니다.

강변북로를 달려온 차인데도 지붕에 눈이 쌓여있었으니 그때 짧은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눈이 함박으로 내렸는지 알 수 있습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조급하게 집으로 뛰어 들어가 사람들을 부르고 옷을 갈아입은 뒤

곧장 밖으로 나가 가족들과 눈사람을 만들며 눈 오는 것을 즐거워했는데 

집 안이며 밖이며 어느 곳에나 눈이 쌓여있어 금세 눈 덩이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최근 몇 년 중 가장 큰 눈사람을 만들어 눈코 입을 창조한 뒤 모자를 씌우고 목도리를 둘러 사진을 찍는 동안 옆집 사람도 오리를 만들어 담벼락에 올려두더군요.

일렬로 늘어선 오리 부대가 귀여워서 호들갑 떨다가 낯선 이웃에게 자연스레 말을 건네는 아름다움도 있었습니다.

왠지 모두의 마음이 아이 같아서 다가서고 함께 하기 어렵지 않았습니다.

눈을 만지고 노는 일도 수영처럼 허기져서 집안으로 달려 들어가 라면 세 봉지를 끓여 나왔고,

마당에 서서 라면을 먹었는데 그게 또 얼마나 별미였는지 모릅니다.

그날은 그대로 밖에 있다가 하루가 다 간대도 몸과 마음이 즐거울 뿐이었습니다.

이번해에도 그런 눈이 와줄까요?


눈이 오면 좋겠다는 말에

눈이 와서 불편한 것들을 떠올리며 고개를 내젓는 다면

해는 떠도 되는지 비는 와도 되는지 묻고 싶을 만큼 세상이 건조하고 불편합니다.

일 년 중 겨울에만,

그것도 이 서울 하늘에서는 며칠 정도 드물게 볼 수 있는 눈이 이번 겨울에 소복이 자주 와서

사람들이 내리는 눈을 보고 즐거워하면 좋겠습니다.

그럼 저는 창문을 열고 캐럴을 틀고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겠습니다.

찹쌀떡, 호떡, 군고구마를 기어이 먹으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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