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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휘케치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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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훈 Dec 17. 2021

[휘케치북] 21.12.17

추천곡과 더불어 소소한 일상과 생각을 담았습니다

‘기다려줘 - 알리’


음을 떨어뜨려 뱉는 포인트마다 얼핏 양희은 선생님이 생각나는 묘한 목소리, 알리입니다.

누군가는 파워풀한 음악을 떠올릴지도 모르지만

저한테 알리의 음악은 서정적입니다.


가수 알리가 라디오를 진행하는 두근두근 음악엔 디제이가 된 이후로

그 수다스러움과 호탕한 웃음소리가 잔상에 남아

이제 그녀의 노래를 들을 때마다 디제잉의 잔상이 귓가에 함께 맴도는 듯 함에도 그렇습니다.


이 서정성은 오래된 감성이고 <기다려줘> 이 노래에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라디오에서 우연히 듣게 됐을 때도 오래된 누군가의 노래인 줄 알았습니다.


마당에 수북했던 낙엽을 마저 다 쓸어내고 물청소까지 한바탕 끝낸 게 이틀 전 일인데

아침에 그런 마당을 가만히 보고 있으니 굉장히 단정하고 서늘합니다.

영하로 시작해서 영하로 끝난다는 오늘의 날씨처럼 풍경도 그러합니다.

한번 쓸어버린 낙엽은 앙상한 가지가 새로운 잎을 틔울 때까지 볼 수 없어서

마당도 앙상해진 나무와 같다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면서 커피를 한 모금 마시는 동안

어느새 해가 솟아 올라 햇살을 드리우고 그제야 온기가 깃들었습니다.


열 시 반이면 건너 집 지붕 위로 솟아 햇살을 드리운 다는 날도 오래되지 않았음에도 이제 해는 열 시가 채 되기도 전에 솟아 올라 햇살을 드리웁니다.

이런 사실도 텍스트로 적고 나서야 깨달아서 동지가 언제인가 하고 검색해보고,

올해의 동지는 12월 22일이구나 알게 됩니다.

곧 다가오는 동지는 일 년 중 해가 가장 짧다는데 왜 거실에 깃든 해는 일찍 들어오게 됐나 의아한 일이지만 마냥 좋습니다.


뉴스에서 말하길 오늘에서 내일은 올해 중 가장 춥고 눈이 올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추운 겨울의 날에 

좋아하는 눈이 오고

좋아하는 휘겔리 가족들과 식사를 할 수 있으면 참으로 행복한 날이겠습니다.


<기다려줘>는 김광석의 원곡이고,

아직 그대를 이해하지 못하기에 그대 마음에 이르는 길을 찾고 있다는 말로 시작합니다.

이해하지 못하기에 마음에 닿기 위한 길을 찾고 있다는 그 마음이 참 좋습니다.

휘겔리 가족들과도 시간을 헤아리자면 꽤 긴 날을 함께 했고,

어쩌면 우리 인생에 정말 몇 없을 기이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하루를 지내도 살가운 이가 있고 몇 해를 알아도 어색한 이가 있겠지만

저 또한 당신들의 마음에 이르기 위해 늘 노력하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온전히 안다는 것은 너무 엄청난 일이기에 감히 안다는 말을 하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한 걸음씩만 가고 서고 물러나면서.


내일은 가족과 함께하는 식사가 있습니다.

자로 잴 수 없는 거리, 출구가 없는 미로와 같은 마음의 길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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