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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휘케치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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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훈 Dec 18. 2021

[휘케치북] 21.12.18

추천곡과 더불어 소소한 일상과 생각을 담았습니다

‘팔레트 - 김뮤지엄’

‘Rain - 죠지’


얼마 전엔 생일이 있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12월 초에 생일 이란 건

어려서는 방학이고 학생일 땐 시험기간이고 커서는 송년회 기간에 속합니다.

생일을 축하하자며 모여서 저마다 잘 지냈냐 올해도 수고했다는 말을 건네니

이게 무슨 생일인가 싶지만

무슨 구실이든 사람이 많이 모여 좋긴 합니다.


집단 규모로 사람들을 만나지 않는 코로나 기간 동안

생일 파티를 빙자한 송년회는 사그라들었고

구태여 만남을 청하는 일도 드물어져서

시기와 계절만큼 일상이 고요하고 마음은 깨끗했습니다.


아침 일찍 나가 일을 하면서

축하 인사가 쌓이는 카톡을 보면서도 마음은 맑았고

조금은 피곤한 눈으로 집에 돌아와 글을 쓰다 잠시 눈을 감았을 때도 평온했습니다.

주민등록상 나의 생일은 부모님 결혼기념일과 같아서

되도록 당일은 사랑하는 당신들께 감사하며 보내려 노력하지만

이번에는 광주로 가지 않고 각자의 자리에서 귀한 날을 축하했습니다.

우리가 살다 보면 그런 날도 있는 것입니다.

매번이 축제 같을 순 없는 게지요.


생일이라며 걸려온 전화 한 통에 감았던 눈을 떴다가 다음날에야 회신의 전화를 걸어 감사를 전했습니다.

실은 주민등록상 일자보다 하루 뒤가 진짜 생일입니다.

한통의 전화쯤은 본래 생일에 축하받고 싶은 마음이 있었나 봅니다.

미역국은 먹어야 지란 엄마의 전화에 애써 일찍 일어나 CJ가 만든 비비고 미역국을 세네 스푼 서둘러 뜬것도 하루 뒤 이날입니다.

퇴근길에 전화로 나눈 대화가 무엇이었는지 모두를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 한통의 전화가 온전히 즐거웠고

그제야 마음이 눈에 띄게 박동하여 기뻤습니다.

아 나라는 사람은 축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사람과 사람 간에 어떤 교류가 기쁜 사람이구나.


작은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그러니 생일을 빙자해 사람들을 만나 반가움을 나누고

가족의 기념일을 축하하자며 함께하는 일들이 내게 소중하고 애틋하여

파동 없는 물결처럼 고요하고 적막함으로 못내 아쉬웠다가 한통의 전화에 기뻐 박동했나 봅니다.

늘 내 삶엔 사람이 중심에 있습니다.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밤입니다.

가만히 텅 빈 거실에 앉아 사방을 둘러보며 생각에 잠겨 있다가 방으로 왔으나 다시 거실이 그립고 소란함이 그립습니다.

나는 요즘 이렇게 지내라는 말이 없이도 거실에 앉으면 자연히 나누던 대화들이 다 스스로의 일상과 생각과 고민이어서

그게 삶의 소란이고 파동이고 교류의 시작이며 기쁨이었나 봅니다.


휘케치북 추천곡은 김뮤지엄의 <팔레트>입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노래와 제목이 겹치는 다른 곡을 좋아하지 않아서

애정하는 아이유의 <팔레트>와 동일한 것이 못내 마음에 안 들지만 음색이 트렌디 한 이 곡이 유독 시리게 추웠던 오늘 차 안에서 듣기 좋았습니다.

트렌디 함으론 어디서 빠지지 않는 죠지의 곡도 함께 추천합니다.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10주년 프로젝트라며 1년 내 리메이크를 청했던 무대 중 하나에서 부른 곡입니다. <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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