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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휘케치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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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훈 Jan 01. 2022

[휘케치북] 22.01.01

추천곡과 더불어 소소한 일상과 생각을 담았습니다

‘mouse - 이고도’

‘love song - 이예린’

‘우리만은 - 최유리’


새해라며 여기저기 연락을 보내고 몸이 더운지 방이 더운지 뒤척이며 잠 못 들다가

새해라며 눈부신 햇살에 일어났습니다.


탱탱 부은 얼굴로 일어나 언제 잠들었지 어리둥절한 채 앉아서

새해 첫 해가 뜰 즈음에 한강에 가고 싶었단 생각이 뒤늦게 들어 머릴 헝클어트렸다가

이내 다시 누우려는데 진동이 하나 와서 보니 당근입니다.


지도를 잘 못 보는 할머니 시란 말에 찾기 쉬운 망원 파출소 앞에서 뵙기로 하고 

나서는 길에 귤 세 개를 집어서 가방에 넣었습니다.

할아버지와 함께 나오신 당근님 손에 전등이 담긴 가방을 전해드리고 

건네받은 오천 원 현금을 들고 그 길로 시장까지 걸어갔습니다.

파 한 단과 양파, 빵 하나를 사니 딱 맞았습니다.

이제는 사용하지 않는 전등 하나가 식자재와 간식으로 변한 셈입니다.

과정은 번거롭지만 물물교환이란 꽤나 근사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 것은 손에 들린 것이 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파 한 단과 양파, 빵 하나를 담은 봉투를 손에 달고서 

멀리 돌아서 한강까지 갔습니다.

아무래도 새해의 아침은 산책이라던가 달리기가 하고 싶었나 봅니다.

한강은 얼었습니다.

2018년에서 19년으로 넘어가던 해의 겨울만큼 단단한 얼음은 아니지만

얼어붙은 한강의 모습은 기이하고 신기합니다.

왠지 바다 같아서 얼지 않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런 한강을 내려다보고 있으니 시리던 귀가 왠지 아픈 것 같아서 뒤돌아섰습니다.


12시가 지나 오후가 될 무렵엔 두 번째 당근 손님이 집 앞에 도착했습니다.

몇 개 사진 배경에서 무인양품 가구를 보았는지 몇 주 전부터 무인양품 가구를 판매하지 않겠냐며 물어보던 분입니다.

꽤 큰 무인양품 러그를 올렸더니 곧장 선입금하시고 오늘 찾아오셨습니다.

잠옷과도 다름없는 플리스 하나를 걸치고 나가기엔 너무 후줄근한가 싶어서

옷을 무인양품스럽게 갈아입고 나가서 건네드리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거울을 보니 안쪽에 겹쳐 입은 조끼를 반대로 입어 난잡하더군요.

그저 물건만 건네주면 되는 것을 부질없는 옷차림이었습니다.


이토록 소소한 일상의 반나절이 지나가는 동안이 2022년 새해라는 첫날입니다.


휘케치북 추천곡은 결이 비슷한 이예린과 최유리의 곡.

그리고 도입부 반주가 매력적인 이고도의 <Mouse>입니다.

지난해 1월 새해에 발매한 곡이고,

곡이 시작하는 ‘Hey 긴 고요 속에’ 부분은 비틀스의 <Hey Jude> 오마주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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