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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휘케치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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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훈 Jan 12. 2022

[휘케치북] 22.01.12

추천곡과 더불어 소소한 일상과 생각을 담았습니다

'Love Letter - Anthony Lazaro, Sarah Kang'


최근

망원 한강공원 앞 물 위에 3층 높이 건축물이 들어섰고

그 2층에 스타벅스가 들어왔습니다.

뷰가 좋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인지 

사람들이 저마다 스타벅스로 몰려가는데 

개인적으로는 새로운 것에 대한 즐거움보다 한강변을 걷거나 앉아서 트인 시야로 강가를 바라보는 맛을 방해받은 것 같아서 썩 좋지 않더군요.

강을 따라 걷거나

강으로 내려가는 비탈길에 앉으면 우로는 성산대교와 석양 좌로는 여의도를 볼 수 있었고 그 사이의 전방 시야는 모조리 뚫려 답답함이 없었는데 

좋았던 것 일부를 잃었습니다.

몇 해 전 뜬금없이 서울함이 망원동 앞 강 위에 뜬 때에 아연했던 것과 흡사합니다.

그 길고 긴 강가와 넓고 넓은 공원 부지중에 하필 그곳

사람들이 즐겨 찾아 강을 바라보는 곳에 뭔가를 띄우는지 도통 모를 일입니다.


아무튼 오늘 지인과 대화를 나누기 위해 그 물 위에 뜬 스타벅스에 다녀왔습니다.

생일에 받은 기프티콘을 사용해야 한다며 망원역에 있는 곳에 가려했더니 한강으로 가자고 하더군요.

평일 한 낮인 덕분에 북적이지 않아 좋았지만

창가마다 사람들이 앉아서 

그들의 눈 아래 높이만큼 블라인드를 내려둔 탓에 

그 열린 부분만큼 풍경을 볼 수 있으니 이게 무슨 강가에 띄운 카페의 묘미인가 싶어 한숨이 나왔습니다.

아쉬웠습니다.


오랜 시간 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중 요즘 본 영화와 드라마를 언급하게 됐는데

새삼 나란 사람은 참 밝은 이야기들을 좋아하는구나 알게 됩니다.

싸우고 욕하고 때리고 험담하는 어두운 장르보다

밝고 사랑이 가득한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이왕이면 밝은 감정의 파고에 마음을 맡기고 흔들리며 같이 밝아지면 좋으니까요.

일상에서 빼어 드는 책 실행한 영상 콘텐츠들도 대부분 밝고 사랑스러움이 가득한 것은 그 때문입니다.

물론 때에 따라 우중충하고 비가 오는 콘텐츠들을 보고 그런 음악을 선곡해 듣지만 그 끝은 늘 해피앤딩입니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이것은 엄마의 영향인가 싶기도 합니다.

내가 기억하는 오래전부터 엄마는 유독 그러한 것들

음험하고, 음산한 것, 어둡고 잔인한 것, 폭설과 폭력이 난무하는 것은 그 어느 것이든 싫어했습니다.

그것은 장르와 내용, 유명세 등과 무관한 반응이어서

집에서 명절 특선 영화를 보거나 영화관을 갈 때면 엄마가 고른 것은 늘 청정하고 밝은 가족영화였습니다.

예컨대 무해한 것들.


몇 해 전까지도 그런 엄마의 선택이 나를 위한 것인가 생각했는데

그저 엄마 스스로가 그런 것이 싫었던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언젠가부터 나도 그런 장르들을 선호하지 않고

그런 것을 우연찮게 볼 때면 두통과 시간 허비의 허무함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순간의 즐거움만 있고 뒤에 남겨갈 것은 없는 것이 달갑지 않습니다.


얼마 전에 본 사랑 이야기는 낭만의 파고를 만들어 마음을 슬렁이게 했고

삶이 다소 감정으로 풍부해진 느낌이 들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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