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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휘케치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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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훈 Jan 13. 2022

[휘케치북] 22.01.13

추천곡과 더불어 소소한 일상과 생각을 담았습니다

‘Feels like you - Faime’


바지락 600g 한 봉지를 사다가 모조리 해감해서 큰 냄비에 물과 함께 붓고 버너 위에 올렸습니다.

성에 안 차는 인덕션은 내버려 두고 강력한 불로 팔팔 끓일 생각입니다.

혹시나 해서 맛술 조금 넣고

편 마늘 한 움큼과 대파 한뿌리를 썰어 넣고 나니 집에 청양고추가 없단 사실이 떠올라서 

페퍼론치노를 여덟 아홉 개쯤 뿌려 넣었습니다.

이게 전부입니다.


물이 끓어오르자 연약한 바지락 입이 금세 벌어지고

국물이 뽀얗게 올라옵니다.

일어나는 거품은 국자로 모조리 걷어 텁텁함을 없앴습니다.

조갯살은 금방 질겨지기 때문에 적정한 타이밍에 살은 발라내고 껍데기 만을 오래 끓여 맛을 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이런 번거로움을 감수할 생각은 없어서 국물에만 집중해서 계속 끓여냈습니다.

한 국자 떠다 마신 국물은 소금을 안 해도 간이 맞았지만 

소금을 조금은 쳐야 올라오는 맛이 있어서 조금의 소금도 털어 넣고 그대로 국자로 크게 퍼다가 식사를 시작했습니다.

한낮에 즐기는 즐거움입니다.


거하게 식사를 하는 동안

몸에 열기가 올라와서 창문을 열었고 산들한 바람이 그 틈으로 들어옵니다.

추운 날임에도 추위를 모르고 앉아있습니다.


저녁엔 이 국물을 이용해서 파스타를 할까 싶은 생각에  

한참을 먹고도 꽤 많은 국물이 남은 냄비를 그대로 선반에 올려두었습니다.

바지락에 와인을 뿌리는 복잡함이 없더라도 바지락 탕 국물을 부어 오일 파스타를 만들면 꽤나 시원한 봉골레가 되는 법입니다.


마트에서 바지락을 사고 집으로 오기 전에 화분 하나를 샀습니다.

뭔지도 모른 채 사들고 와선 넣어주신 설명서를 펼쳐보니 여인초라는 수경식물이라 합니다.

실내에서 탈없이 잘 자라는 아이가 필요한데 가급적 밝은 곳에서 잘 자란다는 문구가 왠지 눈에 밟힙니다.

직사광선이 강하거나 어두운 장소는 안되면서 가급적 밟은 곳은 대체 어떤 곳인가 싶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지만

그래도 내가 데려왔으니 책임지고 키워야겠습니다.

초록의 식물 하나가 더 추가됐을 뿐임에도 집에 생기가 돕니다.

연두색의 여린 잎 세 줄기가 위로 올라온 것만을 보고 새로 시작하는 것들에 대한 느낌이 들어 데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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