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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휘케치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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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훈 Jan 18. 2022

[휘케치북] 22.01.17

추천곡과 더불어 소소한 일상과 생각을 담았습니다

‘EVERYTHING - 검정치마’

‘공드리 - 혁오’


‘내가 있는 곳은 늘 그렇게 돼버리는 걸까’

노래를 선곡하고 주변 사람들이 흥얼거리는 소리, 이 노래 저 노래가 좋다는 말, 내가 온 이후로 사무실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말을 들으며 앉아 있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있는 곳은 늘 이렇게 음악이 있는 곳이 돼버리는 것인가 하는 생각 말입니다.


사무실 한가운데 기둥에 주황색 작은 스피커가 생겼습니다.

세계여행을 출발하며 면세점에서 샀던 작고 저렴한 JBL 스피커를 어디에 둔지도 몰라 잊고 지내다가

얼마 전 짐 정리 중에 찾아내고선 가져다 둔 스피커입니다.

사무실을 들리는 이들마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어디에서 음악이 나오나 두리번거리다가 끝내 그 작은 스피커를 발견하고 즐거워함이 좋습니다.


휘겔리가 집으로써 정의되지 않았다면 아마도

음악 카페라거나 라운지 바, 음악이 있는 서점이나 커뮤니티 공간 등이 됐을 것이 분명합니다.

나에게 음악이 일상을 풍요롭게 하는 큰 존재이기 때문에 나누고 싶고 위로와 즐거움이 되고 싶기 때문입니다.

마치 휘케치북으로 음악을 공유하는 것처럼.


오늘은 많은 이들에게 익숙할 검정치마와 혁오의 곡입니다.

하루가 잠들 때를 기준으로 끝나고 다시 시작된다면 늘 달력보다 늦게 하루가 끝나게 됐습니다.

이 새벽에 책상에 앉아있는 것도 어느새 익숙해진 새해에 듣는 음악에도 변화가 있다면

새벽에 듣고 싶은 음악을 고르는 일이 많아진 것과

다시 돌고 돌아 인디씬의 음악들을 뒤적이게 된 것입니다.

물론 인디들의 음악이라기엔 너무나 거대한 두 밴드이지만(검정치마는 1인 밴드).


나라는 사람은 이제 색을 갖게 됐을까.

어떤 진한 색을 가진 이들이 부러울 때가 있었습니다.

왠지 모든 게 무난한 나에 비해 타인과 상황에 묻히지도 흔들리지도 않는 이들을 보면 색색으로 빛나는 듯했습니다.

자기 개발서를 포함한 세상의 모든 책들이 말하는 좋은 사람에 대한 것을 하나씩 간추려

나도 이 세상에 한 명의 좋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했는데

왠지 그런 사람으로 서있으니 나라는 사람의 속성이 없는 느낌을 받던 날들이었습니다.


물론 어떻든 간에 늘 내가 사랑하는 건 나 자신이었지만

나 역시 나로서 색을 갖고 싶다, 나라는 유일함으로 살고 싶다는 갈망이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어떠한가 스스로를 돌아보지만

이젠 어떠한지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이따금 사람들이 나와 나의 삶에 대해 말하면 그런가 보다 할 따름입니다.


색에 대해선 알 수 없지만

이전보다 시야가 넓어지고 나름의 주관이 굵어진 것은 맞습니다.

그래서 

나는 과거에 큰 미련이 없지만

지금 내가 가진 시야와 세상을 대하는 태도로 오래전 그 시절을 보냈다면 

더 현명했을 순간들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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