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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휘케치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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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훈 Jan 26. 2022

[휘케치북] 22.01.26

추천곡과 더불어 소소한 일상과 생각을 담아았습니다

‘방에 모기가 있어 - 10cm’


바지 수선을 해야 할 때면 난감합니다.

시선이 위에서 아래로 향하기 때문에

바지의 기장은 어디서 끝나야 하는지 스스로 잘 가늠되지 않고 

저렴한 가격으로 믿고 맡길 만큼 수선을 잘하는 곳을 알지 못하는 탓입니다.

그래서 어지간하면 구입할 때 묻고 맡기려 합니다.


아무튼 수선이 필요한 바지 몇 개가 쌓여 입지 못한 채 방치된 것을 깨닫고

오늘은 기어이 가방에 옷들을 담아 수선집을 찾아 나섰습니다.

시장 옆 골목에 수선만을 전문으로 하는 가게가 있더군요.

살며시 문을 열고 들어가 가격을 먼저 여쭙고 옷을 보여드리며 하실 수 있을지 물으니 

고작 기장 줄이는 것이 뭐가 대수겠냐는 표정으로 맡겨보라고 하십니다.

잘 부탁드린다는 말에 실력만큼 수선하겠다고 하셨고

망원동에서 수선집을 찾아 나선 것은 처음이란 말에

이곳에서 18년 동안 수선만 했으니 믿어보라고 하셨습니다.


운동을 마치고 시장에 들러 장을 본 뒤 수선집을 찾아가니

아주머니 세명이 각자의 옷을 가져와 문의중이어서 분주했습니다.

슬며시 여쭈니 선반에 올려뒀다며 손짓하시기에 수선된 바지를 챙겨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옷 끝은 잘 마감됐고 기장도 제가 잡아둔 만큼 잘 재단됐습니다.

회색 청바지에 사용된 실 색이 기존 것과 달라 아쉬웠지만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수선입니다.

가격과 수선 속도 까지도.

수선을 겸하는 세탁소에 맡기면 하루 반나절을 넘기기 일수인데 

수선만을 하는 집이다 보니 아주 잠시 시간 후에 옷을 찾을 수 있다는 것도 꽤나 마음에 듭니다.

수선할 일은 드물지만 이제 수선을 맡기는 일이 그리 어렵게 느껴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회색 청바지는 꽤나 오래전에 샀습니다.

지난해 봄이었을까 가을이었을까.

색감과 실루엣이 마음에 들어서 구입하고서 이제야 입어봅니다.

날이 풀려 걷기 좋은 날이기에 뒤늦은 새 옷을 입고 산책을 한 바퀴 다녀왔습니다.

새 옷 특유의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좋아서 설레는 기분으로 집에 돌아와 앉았습니다.


휘케치북 추천곡은 십센치의 <방에 모기가 있어>입니다.

19년 앨범이 발매되고도 꽤 오래 이 노래를 안 들었던 건 제목이 유치해서고

이 제목을 보면 이광수 모기 춤이 생각나서입니다.

그런 별것 아닌 이유로 듣지 않았던 곡을 들은 것은 1년이 지나 어느 날 밤.

기분 좋은 날 생각나는 노래가 있냐는 질문에 이 곡을 틀어준 한 친구 덕분입니다.

곡 구성과 더불어 권정열의 목소리와 느낌이 세상 좋더군요.

정말 사소한 것을 보더라도 나를 생각해주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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