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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휘케치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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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훈 Mar 11. 2022

[휘케치북] 22.03.10

추천곡과 더불어 소소한 일상과 생각을 담았습니다

‘숨 - 박효신’

‘잘 지내자, 우리 - 짙은’


입이 심심해서 과자라도 하나 살 생각으로 뒤늦은 새벽에 편의점으로 나섰습니다.

과자를 고르고 또 무엇 먹고 싶은 것이 있나 살펴보는 중에

늘 이 시간에 혼자 일하시는 아저씨가 한숨을 푹푹 쉬고 또 씩씩 대기에 거 참 괜스레 눈치 보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무슨 일 있으세요?”라는 말을 툭 건네고서

계산대 위에 바구니를 올려두고

물건을 스캔하고 계산한 뒤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을 때까지 나는 그의 이야기를 몇 마디 들었는데

문을 열고 나설 때쯤엔 숨소리가 차분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더 많은 이야기를 듣는대도 나로선 그의 요즘이 어떤지 그의 마음이 어떤지 전체를 알 순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누구나 마음에 열이 오를 때가 있습니다.

나 역시 마음에 어떤 불을 품고 있어서 부단히 스스로를 다독이고 다스리며 평정심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별 차림 없이 다녀온 길이건만 

마음의 불꽃을 생각한 탓인지 왠지 더워서 방 창문을 열었다가

어제 사둔 새 원두가 생각나서 반갑게 커피를 한잔 내리고

또다시 덥다는 생각을 하면서 문을 다 열어젖히고 창문에 걸터앉았습니다.


늘 동쪽으로 나있는 창문 밖을 바라보기에 몰랐는데

창문에 걸터앉으면 남쪽도 볼 수 있습니다.

이 창틀 앞에 조그마한 공간이 있으니 허브 화분 몇 개를 들여놓아야겠습니다.


지난해 흙을 고르고 비옥한 흙 사이사이에 심은 허브 씨앗은 그 해가 다 가도록 끝내 하나 피지 못했습니다.

심은 것 만으로 기뻐하고 기대하며 지낸 것만으로도 충분히 그날들이 좋았지만

풍성한 허브향의 부재는 왠지 아쉬웠기에 이번해에 그 풍성한 향을 봄날 가져와 이어보려 합니다.


휘케치북 추천곡은 목소리가 너무 매끄럽고 부드러워서 듣는 귀와 마음이 편한 두 곡입니다. 

박효신의 <숨>, 짙은의 <잘 지내자,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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