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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휘케치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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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훈 Mar 11. 2022

[휘케치북] 22.03.11

추천곡과 더불어 소소한 일상과 생각을 담았습니다

‘그 한마디 - 이하이’


일단 걸었습니다.

한강변 길을 따라 여의도 쪽을 향해 걷다가 발에 닿는 감촉이 좋아서 또 계속 걸었습니다.

흙이나 잔디를 밟을 때면 의례 기대하는 감촉이 있는데

그 부드럽고 폭신한 느낌이 이제 완전히 풀어헤쳐지고 부푼 땅에 있습니다.

대기는 좋지 않았지만 

흔들리는 강물에 반짝이는 햇빛은 여전했고 

훌라후프와 철봉, 줄넘기를 하는 사람들도 여전했고

모여 걷는 사람들과 줄지어 달리는 자전거 동호회 사람들의 페달링도 여전했고

강물 위에 몸을 띄운 새들과 잔디밭에서 무언가를 주워 먹는 새들의 고갯짓도 여전했고

아직 앙상한 나무와 그 아래 잔디 사이로 뛰어든 강아지들의 촐랑거림도 여전했습니다.

좋았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엔 평소와 다른 방향 다른 길로 걷기 위해 양화대교 위로 올라갔는데

위에서 한강변을 내려다보니 아뿔싸 한강변이 희뿌옇게 연둣빛이더군요.

분명 오는 길에 본 나무들은 앙상하고 어디에도 새잎이 나지 않았는데 무슨 일인가 하여

눈으로 풍경을 더듬고 오는 길의 기억을 더듬어 보니 가지 탓이었습니다.

아 가지가 먼저구나.


여러 해 동안 봄이 올 때면

세상을 들여다보다가 길 어딘가에 연둣빛 그 어느 하나라도 보이면

새 잎이 틔우는 색으로 생각하여 그 생명의 싱그러움에 즐거워했는데 잎이 아니라 가지가 먼저였습니다.

안쪽에서부터 생명이 차올라 푸석했던 가지는 단단해지고 

뽀얀 연둣빛이 새로운 곁가지나 아직 주목이 되지 못한 가지마다 드러났습니다.

나무 기둥과 굵고 오래된 가지가 아닌 새로운 것들은 모두 푸르른데 단풍나무처럼 몇몇 나무에 따라서는 그것이 더욱 도드라집니다.


휘케치북 추천곡은 이하이의 <그 한마디>입니다.

장범준부터 오브로젝트까지 봄노래를 한 아름 리스트에 담아 종일 듣고 있지만

그런 설레고 밝은 노래도 봄노래지만 이런 섬세한 노래도 봄날 해 질 무렵과 잘 어울리는 듯합니다.

상황에 따라 사람에 따라 시간에 따라 어울리는 노래란 다양하네요.

이하이의 목소리가 떨리는 부분이 있는데 왠지 이 노래에선 그런 떨림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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