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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휘케치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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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훈 Mar 23. 2022

[휘케치북] 22.03.22

추천곡과 더불어 소소한 일상과 생각을 담았습니다

‘향수 - Kozypop(Sue Museum, Mingginyu)'


실내에서 창밖을 보기론 어느 평범한 봄날인데

창문을 열어보니 공기 중에 찬기운이 가득 실려 옷깃을 여미고 몸을 움츠리게 되는 날이었습니다.

꽃샘추위라기보단 겨울이 다시 온듯한 추위, 서울의 3월이란 늘 이와 같습니다.

다음 주면 3월이 끝나고 추위마저 사라질 테고 어디선가 벚꽃이 필 것이라고 달력에 적어뒀는데

움츠린 동안에는 봄날이 쉬이 보이지 않아서 자꾸 먼 곳으로 시선을 던집니다.

전날 강 건너편을 보며 봄을 느끼던 것과 같은 결입니다.


꽃이 피는 봄이란 언제 오는가 생각하며 두터운 옷을 걸치고 집을 나섰다가 돌아오는 길에

망원동 골목 어딘가에 핀 산수유를 보고 마음이 즐거워 한참을 들여다보며 섰습니다.

이런 추위에도 꽃이 피었으니 저 멀리 구례에는 수많은 꽃이 흐드러지게 폈겠지요.

인터넷을 찾아보니 매화와 산수유가 노오랗고 희게 피어나 온 산을 뒤덮었습니다.

이 작은 땅에도 세로로 먼 지역 간에 그만한 온도차가 존재한다는 것을 봄에 꽃이 필 때와 가을의 단풍이 물들 때 느끼곤 합니다.


늘 가던 가게에 들려 파, 감자, 무 등을 장바구니에 담고 노오란 바나나 한 손을 망설이다 손에 들었습니다.

흐드러진 산수유의 노란 잔상이 마음에 남아 바나나로 옮겨갔나 봅니다.

시장에서 장을 볼 때 장바구니에 저마다 야채며 과일을 담아 줄을 서는데

물건을 고를 때만큼 즐거운 게 기다림입니다.

앞서 계산하는 사람은 무엇을 샀나 구경하기도 하고

줄을 서있는 동안 더 살 것은 없나 이리저리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닌지 이따금 대열을 이탈해서 나물이나 과일을 바구니에 담는 분들이 있습니다.

시장에도 봄이 찾아와서 초록색 야채가 풍부해졌고 저마다 바구니에 야채 한두 가지쯤 담고 있는데 

오늘은 쪽파가 좋은지 싱싱한 쪽파 한두 단씩을 꼭 챙겼습니다.


휘케치북 추천곡은 Kozypop <향수>입니다.

앨범의 테마는 Musk 였는데 

과연 머스크의 몽환적인 향을 연상하게 하는 음악이 앨범에 담긴 듯합니다.

앨범은 12월 28일 지난해 마지막 날 즈음 발매됐지만

아직은 춥고 그럼에도 찾아온 봄기운의 몽환적임이 곡과 어울려서 가져왔습니다.


어린날 시장에 대한 기억이란 작은 봉다리 하나만큼의 나물도 가격 흥정이 오가고 

딱히 그 흥정과 관계없이 봉투에 담아지는 양의 오묘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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