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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휘케치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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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훈 Apr 14. 2022

[휘케치북] 22.04.14

추천곡과 더불어 소소한 일상과 생각을 담았습니다

‘이 밤, 꿈꾸는 듯한 - 이민혁’

‘이 밤을 살아가는 너에게 - 타임브릿지’


똑같은 반찬으로 먹는 끼니인데도 맛이 다른 건 함께 먹을 때와 혼자 먹을 때의 차이인가 봅니다.

엄마가 서울에 다녀간 이후 남은 반찬에 저녁을 먹으며 그런 생각이 고스란히 들었습니다.

어제 왔다가 오늘 떠난 그 간격에도 세 개의 국과 찌개를 끓여둔 탓인지 그만큼 농밀한 무언가가 있는 건지 많은 날들이 지난 듯합니다.

운동화를 갈아 신고 한강으로 나가는 길에 나무들의 싱그러움이 여름을 연상케 해서 하루가 계절을 격할 정도의 시간이었던가 어리둥절했습니다.


4월 셋째 주가 되면서 벚꽃은 허공에 흩어졌습니다.

얼마 전 휘케치북에서 예상한 대로 월요일까지 자태를 유지하던 벚꽃은 화요일로 넘어가던 새벽부터 시작된 추위와 비바람에 수많은 꽃잎을 떨구고

이제는 그 꽃잎을 받치고 있던 꽃자루만 남았습니다.

온통 희거나 분홍으로 풍성하던 거리는 잎사귀의 초록과 진분홍이 뒤섞여서 오묘한 빛이 됐는데

눈에 보이는 진분홍은 종자가 다른 벚꽃이 늦게 피어난 것이거나 꽃잎을 떨구고 남은 꽃자루의 붉은빛입니다.


벚꽃이 만발하던 지난주부터 어디선가 스쳐오던 향기로움은 이제 정체를 드러내고 여기저기 보랏빛을 흘립니다.

라일락입니다.

글을 읽는 누군가가, 4월의 한 복판에서, 어디든 길을 가다 향기를 느꼈다면 열에 아홉은 아마 라일락 향기일 것입니다.

라일락이라는 세 글자를 그리 많이 듣고도 이 보라색 꽃을 인지한 것은 불과 며칠 전 지인이 길가에 핀 꽃을 가리키고 나서입니다.


개나리와 산수유, 매화

목련과 벚꽃 그리고 라일락입니다.

개나리는 아직도 피어있습니다.


운동화로 운동장의 흙을 툭툭 찼습니다.

읽는 책마다 달리기에 대한 예찬이 많아서 나 역시 이번해에는 달리기를 해볼 생각입니다.

날이 풀린 최근 한 달여 한강변을 따라 동이나 서로 달려보니 뛴 거리에 비해 마음이 빨리 지치고 뛰고 나서 돌아올 때 기진한 경우가 많아서 

오늘은 아무리 돌아도 400미터 간격을 채 벗어나지 못하는 운동장으로 왔습니다.

바퀴수를 세면서 달리기를 하니 기준점이 있어 좋고

숨이 턱끝에 달리고 다리가 무거울 때에도 돌아갈 것이 크게 걱정되지 않아 좋습니다.

동으로 달릴 땐 여의도 반 바퀴를 돌아 서로 달릴 땐 성산대교 야경과 석양을 봤고 운동장 옆 농구코트 한편에서는 여덟 명 정도의 사람이 둥글게 서서 프리스타일로 춤을 추고 있었습니다.


휘케치북 추천곡은 오늘 밤에 들었으면 하는 두 곡을 골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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