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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휘케치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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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훈 Apr 10. 2022

[휘케치북] 22.04.10

추천곡과 더불어 소소한 일상과 생각을 담았습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 적재’

‘모르겠어요 - 장들레’

'손을 잡는다거나, 같이 걷는다거나 - 적재'


어제는 여의도에 다녀왔습니다.

망원 벚꽃이 아름다운 만큼 서울의 다양한 벚꽃을 보고자 하는 포부였으나

사람 마음은 다 같은 것인지 모든 인구가 여의도로 집결한 것 같더군요.

마침 9일부터 벚꽃 축제가 시작됐다는 현수막이 걸려있었고 아침에 내린 비가 대기를 씻어내고 온도는 25도에 육박해서 추위가 없었습니다.


여의나루 역에서 만나기로 한 약속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택시를 잡아타고 서강대교를 넘는 중에 

한 신호 걸러 네다섯 대 정도만 움직이는 상황에 기어이 기다리지 못하고 내렸습니다.

서강대교의 끝은 윤중로라 불리는 국회의사당 벚꽃길의 초입인데 

밀집된 인구와 하늘을 수놓은 수많은 벚꽃의 풍경은 코로나 이전과 같더군요.

약속 장소로 가기 위해 윤중로에서 여의나루 역까지 가는 길은 대체로 역행에 가까웠습니다.

여의나루 역에서 만나 윤중로까지 걷는 것이 보편적인 여의도 벚꽃놀이인 탓입니다.

나 역시 그렇게 하기 위해 여의나루 역을 약속 장소로 잡았습니다.


수많은 사람들 틈에서 발걸음이 더디니 시선은 어딘가에 둘 것 없이 하늘로 향합니다.

벚꽃의 만발함이 빼곡하여 아름답고

풍성해진 꽃잎과 길게 뻗은 가지들이 지붕처럼 터널처럼 하늘을 덮고 있어서

길을 걷는 것 자체가 황송할 노릇이었습니다.

일행을 만나 다시 여의나루 역에서 윤중로 벚꽃길을 걷는 동안에도 그 황홀한 경험은 이어졌습니다.


낮에 걷던 길을 밤에도 걸었습니다.

밤은 밤대로 아름다웠습니다.

다리가 피곤할 땐 한강변에 앉아서 한강을 포함한 야경을 보며 대화를 나눴고

사람들이 잔디밭 여기저기에 앉아있는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습니다.

딱 하나 아쉬운 게 있다면 음악이 없다는 것.

여의나루의 한강에서도 윤중로의 한강에서도

누군가가 틀어둔 음악이나 기타를 손에 쥔 어떤 이의 목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것 그 하나가 아쉬웠습니다.

음악이 있다면 낭만의 질감이 마법처럼 풍부해질 텐데 말입니다.


글을 읽고 있다면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집 가까운 어디라도 만발해있는 벚꽃을 즐겨볼 시간입니다.

서울을 기준으로 7일 어느 나무 한그루 빠짐없이 만발한 벚꽃은 내일까지 아름답다가

화요일 수요일 연이은 비에 엔딩을 맞이 할 것입니다. 


휘케치북 추천곡은 봄의 질감에 참 잘 어울리는 목소리를 가진 적재의 <나도 모르는 사이에>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던 장들레의 <모르겠어요>입니다.

더 좋은 사람이 여전히 되고 싶은 갈망이 있으니 이런 노래도 할 수 있나 봅니다.

어제 한강에서, 꽃길을 걷다 차를 마실 때도 이런 대화를 나눴던 것 같습니다.

나는 이 아름다운 봄처럼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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