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휘케치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창훈 May 06. 2022

[휘케치북] 22.05.06

추천곡과 더불어 소소한 일상과 생각을 담았습니다

‘환상 - 박지윤’


어린이의 사전적 정의를 찾아보면 대게 13, 14세까지를 일컫는데 이는 유이기 이후부터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입니다.

다만 아동복지법에서는 18세 미만인자로 규정하고 심리학 일부에서는 사춘기가 시작되는 시기까지로 정의하기도 합니다.

1920년에 방정환 선생에 의해 처음 사용된 어린이라는 말은 어린이날로 이어지고,

나는 평생 어린이이고 싶었던 탓에 언어를 인지한 이후부터 지금까지도 어린이 날을 좋아합니다.

이번 어린이날은 날씨가 몹시 좋았습니다.


계절은 분홍색의 벚꽃이 진 이후로 흰 것들의 시기를 통과하고 있습니다.

언제부턴가 모르게 많아진 이팝나무에는 희고 가늘고 기다란 잎이 탐스럽게 피어있고

아카시아 나무가 포도 같은 형태로 흰 꽃송이를 주렁주렁 매단 채 늘어져있습니다.

라일락의 향이 가시기도 전에 아카시아 향이 이곳저곳을 스치웁니다.


아카시아 나무는 서울 도심 속 거리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차를 타고 외곽이나 산 옆을 지나다 보면 허다하게 볼 수 있습니다.

망원동에서 한강변으로 나가 자전거를 타는 중에

양화진 절벽과 그 너머 길가에서 몇 그루 볼 수 있었고 반대방향 난지로 가는 중에는 볼 수 없었습니다.


땅이나 공중에 흐드러진 것은 민들레 씨앗이고 완연한 봄날을 몽환적으로 만드는 녀석입니다.

후 하고 불거나 날아다니는 것을 즐거워하며 잡으려던 때는 어릴 때였고

이제는 옷이나 몸에 엉겨 붙거나 차나 집으로 들어오는 것이 꽤 신경 쓰이게 됐습니다만

풍경의 하나로 보기엔 이맘때 즐거움입니다.


흰색을 제외하고는 진분홍과 보라로 알록달록한 철쭉꽃과 보라색 등나무 꽃입니다.

등속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덩굴 식물은 포도송이와 같은 형태로 보라색 꽃을 땅으로 늘어트리고 있는데

모양은 아카시아의 꽃송이와 흡사합니다.

내 어린날엔 공원이나 놀이터 의자 머리 위에 이 덩굴식물이 지붕처럼 둘러있었습니다.  


이런 날 순천 서면에 계시던 큰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누군가 세상을 떠나면

세상을 떠난다는 그 문장의 표현이 너무 적나라하게 와닿습니다.

나는 이 세상에 살고 있고 세상을 떠난 이는 더 이상 볼 수 없습니다.

그간의 추억에만 인사를 나눠야 합니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언덕과 산, 길가에 허다하게 많은 아카시아 나무와 꽃송이를 봤습니다.

목적 없이 창밖으로 던지는 시선이지만

아카시아 나무를 인지하고 내가 그것을 보기로 했기 때문에 더 많이 눈에 띄었는지도 모릅니다.


휘케치북 추천곡은 박지윤의 <환상>입니다.

이 노래가 발매되던 시기의 음악들을 최근 자주 듣고 있습니다.

몽환적이라는 것은 여러 가지로 빠져볼 수 있지만

최근엔 내 어린날을 떠올릴 만한 노래들로 봄날의 몽환성을 찾고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휘케치북] 22.04.16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