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곡과 더불어 소소한 일상과 생각을 담았습니다
‘Mardy Bum - Arctic Monkeys’
반팔과 반바지를 입고서 책상 앞에 앉았습니다.
발 쪽으로 선풍기를 켜 뒀고 얼마 전에 바꿔 달아 둔 흰색 커튼이 창문 밖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살랑거립니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하늘은 먹구름이 가득해 회색빛이고 세상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스팔트와 시멘트로 만든 도로, 건물, 전봇대가 가득한 탓입니다.
새순을 올려 세우던 소나무도 완연하게 제 빛을 찾아 짙은 녹색이 됐고
얼룩 한 흰색의 플라타너스 기둥은 고동 빛의 껍질을 둘렀습니다.
비에 젖은 탓인지 알 수 없습니다.
전체적으로 차분하고 편안합니다.
습기가 선풍기 바람에 날려가고 있지만 뽀송한 것과는 꽤 격차가 있는 날이 이어지고 있어서 향초를 구매했습니다.
잔뜩 갖고 있다고 생각한 향초가 어디에도 없더군요.
책상 위엔 주황빛의 은은한 책상 조명을 켜 뒀고
크기 탓에 가로로 누워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킨포크 묶음 중 한 권을 책장에서 빼들었습니다.
Volume Two - A guide for small gatherings
킨포크 중 저한테 울림을 주고 상상하게 하고 기대와 동경하게 하는 것을 몇 권 소유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입니다.
이 책의(매거진 쪽에 가깝지만) 가장 훌륭한 점은
책의 첫 페이지에 이 책과 집필 의도를 매우 뛰어나게 적어둔 것이고
이 짧은 글에 자신들의 정체성이 포함돼있습니다.
메시지는 매우 함축적이고 알기 쉬우며 다음장부터 시작될 전체를 기대하게 합니다.
저도 글을 이렇게 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책이 준비되었다는 교보문고 알림 카톡에 집을 나서는 중에
어느 빌딩 화단에 선 해바라기를 발견했습니다.
회색빛 세상에 우뚝 서서 활짝 얼굴을 내민 해바라기의 잔상이 마음에 남아 세상이 노랗게 물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