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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휘케치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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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훈 Jul 11. 2022

[휘케치북] 22.07.11

추천곡과 더불어 소소한 일상과 생각을 담았습니다

‘운이 좋았지 - 권진아’


서울, 망원동.

아침이 되자 어김없이 새가 지저귀고 뒤따라 매미가 울기 시작했습니다.

여전히 일찍 일어나 세상을 깨우는 소리입니다.

7월 11일 이제 다섯 시가 가까워서야 동이 트는 밝음이 세상에 둘러집니다.

점차 해 뜨는 시간이 늦어지고 해 지는 시간이 빨라집니다.


불과 한 달 전 충주에 도착했을 때는 네시가 조금 넘어서부터 산너머 여명이 있었습니다.

동이 트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는 것은 산이 있는 곳에서 극명하게 인지되는데

희미하게 밝아지는 하늘 아래 산 등성이 윤곽만 드러나고 그 밑으로는 칠흑 같은 어둠이 존재합니다.

논 옆에 의자를 두고 멍하니 그런 모습을 바라봤습니다.


망원동 기준으로,

서울 도심은 동쪽과 서쪽에 해를 가로막는 산이 없어서 빌딩 사이로 해가 떠오르고

언제 해가 뜨기 시작했는지 알기 힘듭니다.

세상은 불현듯 밝아와서 금세 사물을 쉬이 인지할 수 있는 상태가 됩니다.


동이 트고도 회색빛 세상이었고 5시 여전히 그렇습니다.

먹구름이 낮고 넓게 하늘을 뒤덮어 언제 비가 와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2년을 주기로 이전과 다른 여름을 겪는 느낌입니다.

18년 여름은 굉장히 더웠고

20년엔 겪은 일 없는 긴 장마로 굉장히 습한 여름을 보냈습니다.

이번 여름은 18년처럼 덥거나 20년처럼 습하지 않지만 변덕이 극심합니다.

긴 장마를 보내는 느낌이지만 실상 비가 온날은 많지 않고, 수시로 기상이 바뀌는 탓에 예보가 무용하게 됐습니다.

동남아에서 겪은 날들과 매우 흡사합니다.


시장에서 자두와 복숭아를 샀습니다.



6월 13일 충주.

충주나 서산으로 가야 한다는 말에 충주로 왔다.

정신 차려보니 그렇게 됐다.

낯선 땅이라는 느낌, 아주 오랜만에 그런 느낌 속에 서있다.

동네만 벗어나도 낯선 것을 서울을 사는 동안에는 잘 모르다가 시를 완전히 벗어나고서야 그런 느낌을 받는다.

여행은 아니었으나 일상으로부터 벗어난 것에서 그것과 흡사했다.


모텔이나, 호텔 같은 모텔은 도무지 싫어서 혼자임에도 펜션으로 왔다.

이십 분은 차를 몰아야 사람들이 많은 시내로 갈 수 있지만 그런 편의성과 상관없이 산과 호수가 보이는 곳으로 왔다.

생각보다 인적이 드물었고 펜션은 한적했다.

하긴 6월 평일에 외곽의 펜션을 이용하는 것도 드문 일이다.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운이 좋다는 말 외엔 내용의 연관성은 없지만 권진아의 <운이 좋았지>라는 노래를 들었다.

노래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내 삶에 운이 좋았다는 감정선은 왠지 동일하다는 생각을 했다.

노래를 틀어두고 충주호를 바라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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