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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휘케치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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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훈 Jul 17. 2022

[휘케치북] 22.07.17

추천곡과 더불어 소소한 일상과 생각을 담았습니다

‘이건 내가 처음 쓰는 사랑노래 - 키조’

‘LOVEADE - 비비지’


여름에 낭만은 돌돌 돌아가는 선풍기의 선선한 바람

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자는 동안에,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창밖을 보면서도 

좌우로 회전하는 선풍기 바람이 살갗을 스칠 때마다 그 행복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겨울에 포근한 이불속으로 파고드는 행복에 비견할 만합니다.


에어컨은 왠지 계절과 단절된 느낌이 있어 유쾌하지 않습니다.

오늘이 좋은 것은 창문을 열고 선풍기를 켠 것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고

열린 창문 밖을 보면서 울어대는 매미 소리를 시끄러이 들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창문밖에 나무들은 옆으로 위로 끝도 없이 자라서 이제 시야의 삼분의 일을 가렸습니다.

사람들이 한쪽 어깨에 돗자리를 메고 한강으로 향합니다.


얼마 전 교보문고에서 유시민 씨의 <유럽도시기행2>를 발견하고 집으로 가져왔습니다.

여행 에세이란 저마다 시선과 방법이 담기는데

유시민 씨의 여행은 늘 역사와 문화에 대한 호기심이 병행하고 그것이 나라와 건축 등 많은 것을 알게 하여 즐겁습니다.

책을 읽다가 여행지를 떠올리며 마음이 간지러운 탓인지

선풍기 바람이 살갗을 간지럽히기 때문인지 

갓 볶은 원두의 신선함이 그리워서 집을 나섭니다.

갓 볶은 원두를 연이어 찾다 보면 기존의 원두 봉투마다 소량의 것이 남게 됩니다.

꼭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갓 볶은 원두는 풍부한 향과 산미를 지니고

시간이 지난 원두는 농밀함이 있습니다.




6월의 충주


낯선 지역에 가면 근처에 식당이 즐비함에도 불구하고 맛집을 찾아본다.

식도락이라 일컬을 만큼 먹는 것 또한 하루의 즐거움인 것이다.

우선은 이 지역의 특색 있는 음식을 먼저 찾아보고, 그다음엔 먹고 싶은 것 중에 잘하는 곳을 찾아본다.

처음에는 검색이라는 즐겁고 지난한 행위가 정보가 없는 새로운 지역에서 그동안 맛보지 못한 것을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얻기 위한 것이라고 여겼으나

이제는 돌고도는 메뉴를 실패 없이 하는 곳에 대한 정보를 찾는 것으로 마음의 기준이 소폭 변경됐다.

아무래도 경험하지 않고는 내 기준의 맛집을 알 수 없는 탓이다.


지영옥 청국장이란 곳은 차로 20분 내 거리에 있었다.

쿰쿰한 냄새가 구수함으로 반기는 식당에 아침 첫 손님으로 발을 디뎠다.

몹시 허기진 상태로 한상이 푸짐하게 나오는 정식을 시켰지만

본디 청국장 집에서는 청국장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단품을 주문했어야 맞다.

요즘 서울에서 먹는 청국장은 김치가 들어가서 붉은색을 띠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타협 없는 청국장이다.

작은 뚝배기 안에 보글거리며 끓는 청국장을 밥 위에 비비듯 짓이겨 먹으면서 연신 즐겁다.

오이소박이는 새콤함이 살아 아삭하고, 어묵볶음은 불맛을 입혀 입안에서 향이 풍부하다.

김은 특이하게도 파래나 부각의 맛이 났는데 반찬과 어울리지 않았다.

뚝배기 안의 청국장 국물을 다 먹고 그 밑바닥에 남은 콩들마저 숟가락으로 떠서 흰쌀밥에 비볐다.

바닥이 드러나고 나서야 숟가락을 멈췄지만 불러온 배는 애당초 한도를 초과한 느낌이다.


날씨와 무관하게 굉장히 깊은 잠을 잤다.

펜션 예약한 일정이 마무리돼서 숙소를 옮겨야 하는데 이번에는 시내에 있는 집을 에어비앤비로 구했다.

모든 숙박 어플 중에 에어비앤비로 구하는 것은 왠지 여행의 기분을 더 느끼게 한다.

예산이 되지 않아서 호스트에게 메시지를 보내서 문의했고 그녀의 요청으로 통화를 하게 됐다.

편히 잘 침대와 요리할 주방, 글을 쓸 테이블이 필요하다는 내 말을 마음에 들어 하는 듯했다.

배려에 감사하며 그 집으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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