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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훈 Jul 18. 2022

[휘케치북] 22.07.18

추천곡과 더불어 소소한 일상과 생각을 담았습니다

‘Every second - Mina Okabe’


지난해 5월 발매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던 Mina Okabe의 <Every second>를 추천곡으로 가져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Clubhouse의 <Weekend>와 함께 들었고 두 곡 모두 올해 봄까지도 많은 곳에서 사랑받았기 때문에

Pop을 즐겨 듣지 않더라도 귀에 익은 곡일 것입니다.


브런치 북으로 엮으면서 아이슬란드 글을 일단락 지었습니다.

당초 계획했던 대로라면 영국의 이야기를 이어가야 하는데 마음에서 풀려 나오는 것이 인도의 이야기입니다.

무더운 날씨 탓일지 어제 한강에서 본 석양 탓일지 알 수 없지만

아무래도 풀려 나오는 것을 먼저 써 내려갈 듯합니다.


이런 제 마음처럼

날씨는 변덕스러운 기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흐리고 비가 온다던 예보는 온데간데없고 파란 하늘에 구름이 떠있고 내리쬐는 햇살은 뜨겁습니다.

무더위 속에 보는 바람엔 습기가 묻어 무겁고

매미는 무더울수록 울부짖는 것인지 아침해가 뜰 때부터 내내 시끄럽습니다.

무더위 속에 즐거워하는 것은 과실나무들인지 

망원동에 감나무들은 제 형태를 갖춰가고 대추는 사과처럼 영롱한 초록빛으로 영글어갑니다.


‘We live in the Jurassic Park - 보수동쿨러’

‘Surfer - 1415’


모처럼 글을 쓰며 음악을 크게 틀어두고 있는데

지난 플레이리스트를 묶어서 재생하다가 반가운 두 곡이 있어서 추가로 가져옵니다.

2년 전 휘케치북에서 추천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늘 기분 좋은 음악들입니다.




6월의 충주


지난밤부터 아침까지 비가 왔다.

눈이 다소 뻑뻑하고 머리는 맑지 않지만 두통은 없다. 아직 잠들고 싶지 않다.

4시 40분 해가 뜰 무렵에 산에 안개가 자욱하다.


펜션을 나왔지만 에어비앤비 입실 시간이 꽤 남았다.

호텔이나 모텔 같은 곳이면 미리 양해를 구하고 조금이라도 입실 시간을 조정해보겠지만 

전날 통화로 가격까지 조정해주신 터라 시간마저 요구할 염치가 없어서 기다린다.

부근의 해장국집에서 허기를 먼저 달래기로 했다.


복서울식당.

충주의 맛집 두 번째 기행이다.

술을 팔지 않는 이 해장국 집에는 아침 메뉴로 선지, 우거지, 뼈 세 가지 만을 제공하는데

선지나 우거지를 생각하고 들어갔음에도 왠지 푸짐한 것이 먹고 싶어서 뼈를 청했다.

기본 육수는 동일하단 게 내 생각이다.


첫 입에 제주도의 백성원 해장국이 떠올랐다.

자극적이지 않고 희미하게 풀어진 맛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첫 숟갈에 맛있다는 소리가 절로 나올 만큼 진하고 자극적이고 깊은 성향의 국물은 아니다.

그저 슴슴하고 해체 되어 있다.

뼈해장국 속에 재료라고는 육수와 뼈뿐이다.

남은 것은 내가 가미할 다대기 뿐.

뼈가 아니라 선지나 우거지였다면 더 본질에 집중해서 먹을 수 있을 듯하다.


밥을 먹고도 남은 두어 시간은 차에서 잠을 청했다.

잠에 취해 뒤척이면서 이게 무슨 나태이며 호사인가 싶었다.


방은 무척 정갈하고 아늑하다.

문을 여니 은은한 향이 다가왔고, 편안한 피아노 곡이 들렸고, 

블라인드와 커튼으로 외부를 차단한 방에 여기저기 켜 둔 부드러운 조명과 가습기가 뿜어내는 흰 수증기가 보였다.

늘 나의 오감엔 향이 먼저다.

더블사이즈의 큰 침대와 침구는 푹신하고 침구에서도 은은한 향기가 있어 미소 짓게 한다.

원룸의 공간을 커튼으로 분리시켜 배치했고

전체적으로 아늑한 느낌이 들도록 조명과 비치는 형태의 흰 커튼, 초록 식물과 해먹, 꽃 등을 장식했다.

이런 장식이 미니멀하게 있어서 지저분하지 않고 방 크기를 고스란히 즐길 수 있다.


여행을 많이 다니며 다양한 숙박을 활용해온 나는

숙소를 고를 때마다 다양한 종류의 숙박 어플을 확인하여 위치와 공간, 용도, 가격을 다양하게 고려하는데

다음에도 충주로 여행 온다면 이곳 숙박이 가능한지를 먼저 확인할 것 같다.

어느 용도로 사용하든 나에겐 훌륭하다.


정갈한 주방과 침실 사이에 4인 책상과 의자가 있고 책상 위에 켜 둔 조명이 주황빛으로 은은하다.

호스트가 나를 위해 준비해뒀다는 캡슐 커피를 내려 마시고 있다.

펜션과 달리 위치상 사람들이 몰려 사는 중심가에 온 탓에 방안에서도 외롭거나 무섭거나 공허하지 않다.

블라인드를 걷어 올리고 커튼을 반쯤 쳐둔 창밖으로는 산과 도시 주거지가 보인다.


충주에서 놀라운 것은 어디를 이동하던지 산을 보게 된다는 것이다.

저 산들 사이에 충주호가 있는 탓에 충주호는 산 등성이 기준으로 깊은 곳에 있다.

이런 사실을 충주댐 쪽에 서서 알았다.


하루에 주어진 수면시간이 최소 여섯 시간이라면 나는 조금 더 잠을 자야 하지만

해가 떠서 밝은 시간을 잠으로 보내면 충주를 볼 수 없기에 앉아서 글을 쓴다.


창밖에서 들려오는 말소리에 창문에 서니 

와상 주변으로 모인 어르신들의 담소가 즐겁고 정다워 보인다.

하천이 흐르는데 그 모양이 서울의 불광천과 닮았다.

저 멀리 산등성이의 아파트는 높지만 그 단지가 빼곡하지 않다.

아파트를 제외하고는 대게 낮은 빌딩이거나 주택이다.

시야를 막지 않는 낮은 건축이 사람에게 주는 시선의 위로가 있다.


나쓰메 소세키의 도련님을 읽다가 네시가 지나서야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는데 곧장 깊은 잠에 빠지진 못했다.

네시 반쯤 비 내리는 소리에 깨어 창문을 닫고 몸을 옆으로 돌려 누운 뒤에야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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