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한정적인 낭만

겨울, 1월 12일

by 김창훈

'겨울이 오면 - 하현상'

'아기로보트 - 윤석원'

'돌아와줘 - god'


눈이 온다.

약국에 다녀오는 동안 드물게 내리는 아주 작은 눈이 바람을 따라 종횡하는 것을 보며 걸었는데 집으로 돌아와 옷을 갈아입는 동안 창밖으로 수많은 눈송이가 내린다.

바람은 잔잔한지 탐스런 눈송이가 느리게 그리고 작게 요동한다.

한줄기 바람이 불면 그 방향으로 쏜살같이 흩날린다.

겨울의 한 장은 눈이 오면 쓰려했는데 내 첫눈은 이렇게나 늦었다.

운이 나빴는지 어딘가로 이동하면 떠난 자리에 눈이 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서울의 첫눈은 예기치 못한 폭설로 많은 것이 멈췄었다.

광주에서 그 소식을 뉴스로 접했는데 영상 속 사람들은 신세계 백화점 크리스마스 장식을 보며 서있어서 하나의 낭만에 머무는 것 같았다.

그때 호되게 당한 탓인지 일기예보에 눈소식이 있으면 제설제로 이곳저곳이 희다.


창문을 열고 이불을 끌어와 웅크려 앉았다.

음악을 선곡하고 창밖을 본다.

내리는 눈의 개체가 적어지고 눈송이 크기가 작아지면 아쉽다.

아쉽고 즐겁기를 반복하며 그것을 멍하니 본다. 일종의 눈멍.

사오십 분쯤 내린 눈은 잦아들고 아주 작은 눈이 드물게 흩날린다.

이내 그마저도 보이지 않는다. 이토록 한정적인 낭만.

잠든 많은 날에도 알게 모르게 눈이 왔을 것이다.

집을 나설 때 쌓인 눈, 눈을 밟을 때 느껴지는 감각과 소리, 외투에 내려앉은 눈을 털어내는 경험 모두 그립다.

추천곡은 하현상, 윤석원, god의 곡.

윤석원의 아기로보트를 추천하려고 내내 품고 있다가 눈이 내려서 두곡을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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