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은 내 고향 광주의 봄과 사뭇 달라서

겨울, 1월 30일

by 김창훈

'봄은 겨울이 꾸는 꿈 - 프롬'

'Every Breath You Take - The Police'


2호선 지하철이 당산역에서 출발하면 한강을 횡단하여 합정역에 도착한다.

그 횡단길이 당산철교다.

당산철교에서 여의도 쪽으로 시야는 완전히 트여있는데 국회의사당이 가깝게 있고 그 뒤로 여의도의 몇몇 고층 빌딩 그리고 저 먼 곳에 배경이 관악산이다.

시야가 좋은 겨우내 관악산은 그 능선이 매우 선명한데 해 질 녘에 특히 그렇다.

도심에서 산을 본다는 것은 정취가 남다르다.


당산철교에서 여의도 쪽 한강은 쉽게 어는데 어제까지 얼었던 것이 오늘은 녹아서 작은 물결로 넘실거렸다.

밤섬을 둘레로 겨우 흔적만 남았다.

여전히 영하 7도의 추위지만 영하를 기준으로 얼고 녹는 상식과 다른 변화가 있다.

전체를 조망하지 못하고 한강물이 얼고 얼지 않는 것을 사유할 지식은 없어서 눈으로 본 것을 그대로 인지한다.

먼동이 트기 전부터 하늘에 옅은 구름층이 있었다.

해는 떠오르면서도 그 뒤에 희미하다.

기온이 오르겠다고 생각했다.

지난 2주간 매서운 추위가 준 기쁨은 깨끗한 시야와 구름 한 점 없는 풍경이었다.

매우 선명한 일출과 일몰을 날마다 기뻐했다.


주말 간 기온이 오르고 월요일엔 눈소식이 있다.

겨울에 따뜻하면 눈이 오거나 비 올 것을 기대한다. 이번엔 눈인가 보다.

그러고 나면 절기로는 봄이 시작된다.

서울의 봄은 내 고향 광주의 봄과 사뭇 달라서 마음의 셈을 달리 해야 풍요롭다.

3월까지는 여전히 추운 날들이어서 기온으로 봄을 기다리면 늦다.

냄새로, 촉감으로, 못 기다리고 저마다 입고 뽐내는 패션으로, 길어진 해와 열린 창문으로.

모든 것을 열어둬야 발을 걸친다.

그래서 절기를 자꾸 확인하게 된다.

내가 느끼지 못한 어느 곳에서 이미 계절이 시작됐구나 하며 마음에 깃발을 세운다.

한강이 녹았다고 추위가 가신건 아님을 알면서도 복장을 달리하여 나갔다가 호되게 당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일찍 더 일찍 집을 나선다. 회사로 간다. 약속 장소에 간다.

아빠는 늘 한 시간가량 (어쩌면 그보다 더) 일찍 움직이고 일찍 도착했다.

미리 도착할 것을 고려해서 시간을 앞당기다 보면 전날 자는 시간까지도 당기게 된다.

지구의 축을 홀로 틀어버리는 삶을 보며 왜 저러시나 궁금해하다가 나도 그렇게 해본다.

시간을 맞춰 가던 삶에서 일찍 출발하고 미리 도착하는 삶이 된다.

어떤 날은 너무 일찍 도착해서 주차해 두고 쪽잠을 잤다.

날이 반복될수록 일찍 도착하면 그곳에서 시간을 허비하고 손해 본다는 생각에서 손해의 문제를 벗어난다.

강변북로에 갇혀도 초조하지 않던 길에서 라디오를 틀었다.

반가운 김창완 아저씨의 목소리에 이어 나온 노래는 'Every Breath You Take - The Police'

전형적인 라디오의 느낌이 좋아서 볼륨을 높인다.

계절도 더 일찍 가서 기다릴 생각으로 창문을 내렸다.


집을 미리 떠난 탓에 그 시간만큼 집에서 가졌을 무언가는 놓아야 하는 것처럼,

봄을 일찍 가서 기다리면 겨울을 일찍 보내야 한다.


추천곡은 프롬의 '봄은 겨울이 꾸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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