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리 트라왕안, 선셋 비치 요가
7시간 비행해서 날아온 발리. 우붓에서 정글만 느끼기에 너무 아까워서 배를 타고 길리 트라왕안으로 이동했다. 길리 트라왕안은 <윤식당>촬영지로 한국인에게 유명해진 관광지로, 이미 많은 유럽권 여행자들이 찾는 곳이다. 방영 후 2년이 지났고 촬영 장소였던 카페가 문을 닫으면서 한국인에게 인기가 많이 식은 것 같았지만, 하루에 한 번 정도는 한국인을 마주칠 정도로 아직까지도 사랑을 받는 섬이다. 그동안 한국인의 방문이 많았던지, 숙소나 식당에서 한국인이라고 말하면 무척 반기고 한국말로 인사를 건네며 관심을 표하는 길리 사람들. 심지어는 카페에서 내가 "Iced Americano, please"라고 주문하면, "아아?' "아라?"라고 답을 주었다. 처음에는 뭐지? 인사인가? 싶었는데 그것이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아이스 라떼의 줄임말을 나에게 한 것이라는 걸 이해했다. 그래서 나도 "아아"라고 주문했다. 그들은 무척 즐거워하며 나에게 알고 있는 한국말을 죄다 쏟아내며 몇 가지 한국말을 더 배워갔다.
처음에 길리에 간 목적은 휴양이었다. 맑은 물에 수영을 하고 거북이랑 놀 생각이었다. 이른 아침에 자전거를 타고서 섬 한 바퀴를 돌아보며 스노클링에 적절한 포인트를 찾던 중 선착장 근처의 다이버 샵 사이로 요가 스튜디오가 몇 곳 보였다. 찰랑거리는 바다 위로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경치를 구경하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환호성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들리는 곳을 바라보니 바다 위에 서핑보드가 떠 있었고 그 위에서 사람들이 요가를 하고 있었다. 중심 잡기도 어려운 보드 위에서 요가라니! 그들의 멋진 수련을 구경하다가 다시 자전거 페달을 밟고 숙소가 위치한 북쪽을 향해 달렸다.
북쪽은 모래가 많아서 중간중간 자전거를 끌고 걸어야 하는 난코스가 있다. 낑낑거리며 자전거를 끌고 지나가는데, 요가 스튜디오 팻말이 눈에 들어왔다. 매일 진행되는 수업은 같았는데, 오후 4시 30분에 진행되는 Flyhigh Yoga 수업이 궁금했다.
숙소에 돌아와 아침을 먹고 미리 봐 두었던 북쪽의 터틀 포인트에서 물놀이를 실컷 한 뒤, 점심을 먹고 뜨거운 해를 피해 카페를 찾아 두리번거리다가 아침에 봤던 요가 스튜디오로 향했다. 입구의 바 테이블에서 등록을 마치고 수업 시간까지 시간이 한참 남아서 주변에서 뒹굴거리기로 했다. 이곳은 숙박시설도 함께 운영하는 Gili Sunset Beach Yoga Studio였다. 약간 동서 쪽에 위치한 이곳에서는 일몰을 구경할 수 있는 포인트와 가까웠다. 엄마하고 1시간 넘도록 요가 스튜디오 주변에 설치된 해먹과 그네를 타며 뒹굴거렸다. 해가 뜨거워 그늘에만 있어야 했는데, 바닷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서 나쁘지 않았다.
길리 트라왕안의 아침 풍경은 자전거를 타고 섬 한 바퀴 도는 사람, 조깅하는 사람, 가볍게 산책하는 사람으로 나뉜다. 동쪽은 선착장이 있는 곳으로 수많은 다이버숍이 존재한다. 배를 타고 스쿠버 다이빙, 스노클링, 섬 투어,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북쪽과 서쪽은 리조트가 들어서서 동쪽보다 조용하고 일몰과 일출을 감상하거나 터틀 포인트에서 스노클링을 즐긴다. 신혼여행이나 가족여행을 온 사람들이 조용히 휴식하는 곳이다. 리조트와 터틀 포인트 라인에 위치한 선셋 비치 요가 스튜디오는 인기가 좋았다. 우선 원두막처럼 높은 스튜디오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고, 그곳에서 요가를 하는 사람들을 목격하면 지체 없이 등록을 하게 된다. 생각보다 많은 여행객이 요가에 관심이 많았다. 요가가 처음인 사람, 요가가 일상인 사람 모두 함께 어우러져 요가를 한다.
4시가 되어서 요가복을 갈아입고 입장을 하려는데, 높게 지어진 원두막 느낌의 스튜디오에서 진행되었다. 발에 잔뜩 모래가 있는데, 계단을 오르기 전 발을 씻고 올라갈 수 있도록 물이 받아져 있고 수건이 놓여 있었다. 조심조심 계단을 밟고 올라서면 탄성이 나오는 오션뷰를 감상할 수 있다. 요가 매트와 요가 바지도 준비되어 있어서 복장을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면 빌려 입을 수 있었다. 몇몇의 외국인이 수영복 차림으로 들어왔는데 요가복이 필요 없다고 말했지만, 선생님은 몸을 보호해야 한다면서 요가 바지 착용을 권했다.
나는 플라잉 요가가 처음이었는데, 우리 동네 요가원의 플라잉 요가와는 많이 다른 것 같았다. 해먹이 아니라 로프로만 구성된 것을 활용해서 하는 요가였다. 엄마는 무섭다고 밑에서 구경하기로 했다. 나를 포함해서 5명이 수업에 참여했고 인도네시아, 덴마크, 스웨덴 등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있었다. 선생님은 깡마른 남자 선생님이었는데 길리 출신이라고 했다. 모두 플라잉 요가는 처음이라서 선생님이 분명 기초 수업으로 진행한다고 하셨는데 수업을 할수록 그게 아닌 것 같은 느낌이었다. 골반에 걸어서 앞으로 뒤로 넘어 다니며 대롱대롱 달려있었는데, 골반과 척추가 뽑혀서 무척 시원했지만 선생님의 도움이 없으면 내려갈 수 없을 정도로 무서웠다. 1시간 30분의 수업이 끝날 즈음 일몰로 물든 바다를 감상할 수 있었다. 바다를 보면서 하는 요가! 왜 이름이 선셋 비치 요가인 줄 알겠다. 마지막에 선생님이 고백하시길, 원래 무척 쉽게 하려고 했는데 다들 잘 따라오는 것 같아서 조금 욕심을 내었다고 했다. 일반적인 수업보다 난이도를 높여서 했다고. 다들 낄낄거리며 웃었고 선생님이 한 명씩 자세를 잡아주셔서 로프에 멋지게 매달린 동작을 만들고 사진을 찍어주셨다.
수업을 마치면 1층 바 테이블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음료를 마실 수 있었다. 꽝꽝 얼려진 파인애플에 생강을 넣고 간 100% 과일 스무디. 건강해지는 맛이다! 나는 이곳이 무척 마음에 들어서 다음날 아침에 Vinyasa Flow 수업을 듣기 위해 또 방문했다. 이날은 낮에 출발하는 배를 타고 섬을 나가 발리에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일정이었다. 엄마는 짐을 정리하고 조금 쉬고 싶다고 하셔서 또다시 나 홀로 요가를 했다. 오전에는 6명의 사람들과 함께 요가를 했다. 발리 출신의 여자 선생님이셨는데, 화려한 요가 바지가 눈에 띄었다. 그녀는 호흡을 무척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리고 절대 무리하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호흡을 하면서 에너지를 느끼라는 말을 계속 반복했고, 아름다운 바다를 감상하라고 말했다. 그리고 표정이 심각한 우리를 향해 미소를 지으라고 말했다.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수준으로 움직임을 하라고 말이다. 요가를 하면서 기분이 좋아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인상을 쓰면서 무리해서 동작을 만들 필요는 없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번에도 나는 매우 만족스러운 수업을 마치고 내려왔다. 바 테이블에서 파인애플 생강 음료를 마시며 직원과 대화를 나누었다. 함께 수업을 들었던 여행자들이 선생님의 성함을 여쭙고 SNS 팔로우를 신청했다. 그들도 선생님 수업이 무척 마음에 들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