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의 치유

우붓과 길리, 그리고 요가 수련

by 혜룡

엄마와 나의 한국 일상을 회상해보았다.

아침에 일어나 토스트와 커피로 가볍게 식사를 마치고 나는 지옥철에서 1시간 사투를 벌일 끝에 사무실에 도착해 업무를 시작한다. 종일 노트북과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며 책상에 앉은 상태로 쉼 없이 키보드를 두드린다. 때때로 구성원과 논의를 하고 쉼 없이 생각한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사무실, 식당, 길거리. 치열한 하루를 보내고 또다시 사람들 틈에 끼어서 겨우겨우 집으로 돌아온다. 파김치 상태로 요가원에서 1시간 동안의 수련을 마친 뒤 돌아와 저녁을 먹고 TV 프로그램을 시청한 뒤, 일기를 쓰고 잠든다. 때때로 원격으로 집에서 일하는 날이면 출퇴근으로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지만, 그만큼 움직임 없이 앉아서 종일 일에 빠져있는다.


엄마도 나와 함께 토스트와 커피로 가볍게 식사를 마친 뒤, 몇 가지 집안일을 마치면 반려견 만세와 산책하거나 홀로 2시간 정도 걷기 운동을 하고 돌아온다. 점심을 먹고 TV를 시청하다 낮잠을 잔다. 이후에 마트에서 저녁 장을 보고 반찬을 만들면 저녁식사 시간이 돌아오고, 아버지의 저녁식사를 차려드린다. 퇴근하고 돌아온 나와 함께 요가원에서 1시간 동안 수련을 마치고 돌아와 저녁을 먹고 쉰다.


나는 사람들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로 터지기 직전의 폭탄과 같았다. 서울에는 사람이 너무 많다. 집 밖을 나서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다. 마트에도, 거리에도, 지하철에도, 건물 안에도 사람이 많다.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때가 많다. 빨리 가고 싶어도 앞에 사람이 많아서 지나갈 수 없다. 천천히 가고 싶어도 뒤에서 밀고 앞에서 달려와 밀쳐서 나는 항상 경계모드로 주변을 주시하며 걸어야 한다. 왜 때문인지 발은 맨날 밟혀서 앞쪽이 까맣게 변해버렸다. 차도에선 뭐가 그렇게 화나는 일들이 많은지 클락션을 시끄럽게 울린다. 싸우는 소리도 들린다. 거리에서 나눠주는 전단지는 위협적이다. 받을 때까지 따라와 손에 억지로 쥐어주기도 한다. 지나가지 못하게 팔로 막기도 한다. 웃는 얼굴로 다가와 스티커 하나를 붙여달라고 사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안색이 나쁘다며 좋은 말을 전하겠다고 들러붙는 사람들도 있다. 가장 무서운 일은 사람들이 가득 찬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일이다. 어떤 날에는 속이 울렁거리고 숨이 쉬어지지 않아서 도중에 내려 진정이 될 때까지 기다렸던 적도 있었다. 갈비뼈 하나가 부러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택시를 타고 출근한 적도 있는데, 길에 차가 많아서 답답하긴 마찬가지. 차 안에서 멀미 나서 혼났다. 이러한 스트레스로 심해진 위경련과 장염 증상으로 매일 약을 복용해야 했다.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위가 터질 듯 부푸는 것과 같고 고통이 심해져 아무것도 할 수 없어진다. 또는 갑자기 장이 칼로 난도질되는 고통과 함께 화장실에서 나오지 못하는 때도 있다. 이 고통들은 한참의 시간이 지나야 겨우 잠잠해진다. 그래서 고통이 생기기 전에 하루 3번 약을 꼭 복용해야 했다.


엄마는 집에만 있는 것이 스트레스다. 마땅히 할 것이 없다는 것. 혼자 어딘가 다닐 곳이 없다는 것. 매일이 똑같다는 것. 그런 지루한 일상을 앞으로도 보내야 한다는 것. 엄마도 사람이 많은 것이 싫어서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어딘가 나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집에만 있는다고 좋은 것은 아니었다. 갑상선 항진증으로 매일 복용하는 약, 적절한 운동으로 체중과 체력을 유지해야 한다. 집안일을 조금만 무리해도 관절이나 허리가 아파서 며칠 앓아눕는다.


우붓과 길리에서 보냈던 7일.

매일 오전 6시에 일어나서 30분 정도의 가벼운 산책을 즐겼다.

6일 동안 1시간 30분의 요가 수련을 했고, 1시간의 물놀이를 즐겼다.

주변 관광을 위해 하루 2시간 이상 걸어 다녔고, 담백한 현지식을 먹었다.

저녁 식사 이후에 밤하늘을 바라보며 30분의 산책을 했고, 숙소에서 일찍 잠들었다.

나름대로 규칙적인 생활을 했고, 눈을 뜨고 있는 동안은 쉼 없이 움직인 셈이다.


스트레스 제로.

오늘은 어디에서 무얼 할까, 무엇을 구경할까, 어떤 음식을 먹을까, 어떤 요가 수련을 할까?

하루하루가 새롭고 즐겁기만 했다. 푸른 자연 속에서 사는 삶은 그 자체가 힐링이다. 서울에 비하면 한없이 한가롭고 여유롭다. 급할 것 없이 모두가 느긋하다. 지상낙원이 따로 없다.


몸의 치유.

이상하게 이곳에서 관절이나 허리가 아프지 않았다는 엄마. 나 또한 어디가 아프거나 한 곳은 없었다. 그저 오래 걸어 다녀서 발이 힘들었을 뿐. 힘들면 발마사지를 받아 회복하면 되었다. 서울에 있을 때보다 움직임이 더 많았는데 이상하게 몸이 가볍고 좋았다. 요가 수련에서도 부상은 없었다. 하면 할수록 몸이 좋아짐을 느꼈다. 엄마하고 나는 이번 여행을 떠나기 전과 후 체중에도 변화가 있었다. 근육량은 증가하고 체지방은 줄었다. 요가 덕분인지, 계속 움직여서인지, 자연이 주는 기운이 좋아서인지 알 수 없으나 피부도 좋아졌고 자세도 좋아졌다. 나는 위나 장이 아픈 적이 없었다. 음식이 덜 자극적이라 그랬는지, 여유로운 이곳 분위기와 사람이 적어 스트레스가 줄었는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몸이 좋아졌다.


느긋한 마음.

여행에서 돌아온 뒤로도 엄마와 나는 급할 것 없는 평화로운 일상을 보냈다. 느긋하게 여유를 가지고 마음이 편안한 하루. 전에는 왜 그렇게 조급하게 굴었는지 모르겠다. 그냥 계속 마음이 편했다. 나는 회사에서도 조금 천천히,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일했다. 사람 많은 서울이 싫었지만, 바쁘게 움직이는 그들 사이에서 동요되지 않고 차분한 상태를 유지하려 노력했다. 몇 주 지나서 다시 예전의 나의 모습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한동안은 우붓의 영향이 계속 이어져서 좋았다. 주변 환경이란 참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되었다. 여행을 다녀온 뒤 벌써 한 달이 지났는데, 다시 우붓으로 돌아가고 싶을 정도이다.


우리는 지금 익숙한 것에서 지루함을 느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도시가 아닌 자연으로, 사람이 많은 곳에서 적은 곳으로, 그리고 평소와 다른 하루를 살아보는 것으로 우리의 몸과 마음은 치유가 되었다. 엄마는 여행을 통해 새로운 환경과 문화를 접한 것만으로도 즐겁다고 했다. 그러나 이전에 동유럽에서 힘들게 돌아다니며 관광을 할 때에는 그 건물이 그 건물 같아서 좋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이국적인 자연에 취하고 몸도 무리가 되지 않아서 무척 좋았다고 했다.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관광보다는 이런 치유를 위한 여행도 좋을 것 같다. 글로는 다 표현할 수 없었지만, 결론적으로 이번 여행은 무척이나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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