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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룡 Jun 16. 2021

대강 수업을 나가봤다.

6월 요가원 오픈 준비를 하면서 나도 경험 삼아 다른 요가원에 수업을 나가 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요즘 사람들의 몸 상태(?)도 확인하고, 수업 참여도나 시간대, 요가원 시설이 어떤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비교해보고 내가 운영할 요가원과 수업에도 반영하려고.


생각보다 대강 구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호호요가에서 매일 들여다보는데, 요가강사 구인 글에는 늘 플라잉 자격이 필수였거나 그렇지 않으면 글을 보자마자 마감.. 다들 알림 설정해놓고 울리기만 하면 들여다보고 지원을 하나보다. (나도 운 좋게 글을 보자마자 이력서를 보내봤는데 연락이 없었다.)


할 수 없이 나의 전공을 살려서 발레 쪽을 알아봤다. 종종 요가강사 구인 글에는 필라테스에서 발레핏 대강 글이 올라온다. 내가 주로 활동하는 홍대와 이태원에서도 이동하기 좋고 시간대도 적절하면서 연강으로 두타임 대강이 가능한 곳이 있었다. 최근에는 요가 관련 자격을 취득하고 활동했지만, 그래도 작년까지는 발레수업을 하긴 했었어서 그런 이력을 조금 더 모아서 제출했다. 신기하게도 이력서 넣고 문자를 보내자마자 연락이 왔다!


그렇게 필라테스 학원에 발레핏 대강을 나가게 되었다. 수업 시작 20분 전까지 도착을 바란다는 메시지를 받고 나름대로 여유 있게 출발해서 일찍 도착했다. 당연히 수업을 준비하려면 2-30분 전에는 도착해서 몸도 풀고, 음악도 연결하고, 스튜디오 상황도 봐야 하니까. 생각보다 시설이 훌륭하고 좋은 곳이었다. 원장님도 친절하시고 꼼꼼해 보이셨고, 인상이 일단 좋고 믿음이 갔다. 1:1 수업공간, 소그룹, 단체수업 존, 개인 연습이 가능한 운동기구까지… 남/녀 탈의실과 샤워실이 깔끔하게 되었고 인테리어는 세련되고 귀엽고 포근한 카페 분위기. 와… 여기 좀 좋은 곳이다.


원장님께 명함을 드리며 인사를 나눴다. 확실히 명함의 위력은 대단하다. 내 이름과 어떤 수업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입금 계좌번호가 적혀있다. 나에게 질문할 것이 명함에 담겨 있으니 서로 대화할 주제도 생기고 불편한(?) 질문도 필요 없다. 눈도장 확실히 찍어두고 수업을 준비했다. 1인 발레바가 이렇게 많이 준비된 곳은 참.. 발레수업 다닐 때에도 못 본 것 같은데..(흰색 발레 바는 개당 10-20만 원 정도..)


퇴근 후 시간이라 사람들이 꽉 찼다. 1인 발레 바를 둘이서 같이 사용해야 했을 정도로. 수업 요청을 받을 때에는 운동 오래 하신 분들이라 난이도를 높데 해달라고 요청을 받았었다. 그래서 그 정도 맞춰서 준비를 했는데, 이게 무슨 일.. 요가로 생각하면 운동을 처음 하시는 분들 수준의 몸 상태. 스트레칭을 하는데 뭐랄까, 압축해서 접어둔 오래된 옷을 아주 힘겹게 펼쳐내는 느낌이랄까. 내 동공이 흔들린다. 바로 스트레칭 수준을 초초초초보자용으로 낮추고 무리가 되지 않도록 옵션 1단계로 적용했다. 아니, 그걸로 다 통일했다. 그래, 유연성을 그럴 수 있다. 필라테스니까 근력은 좋으시겠지?(사실 나도 근력이 아주 엉망이다) 무릎 펴고 다리를 살짝 들어본다거나, 한 다리로 중심을 잡아본다거나, 아주 쉬운 레벨의 복근 운동을 시도해봤다. 3개 이상부터 신음 소리가 들리고 10개를 따라오시는 분은 2명 정도. 나의 멘탈이 흔들렸다. 심지어 내가 시범을 열심히 보이고 설명 후 같이 진행하는데, 내가 시범을 멈추고 카운트를 세며 돌아다니면(사람들의 자세를 잡아주려고) 나를 따라서 멈춤. (?)여러분, 왜 멈추시나요…???ㅠㅠ 그래서 나는 시범 보이고, 같이 오른쪽 왼쪽 세트를 함께한다. 그렇게 50분의 수업을 끝내고 잠깐 5분 쉬고 바로 다음 수업. 앞 시간에서 사람들의 난이도를 확인하고서 바로 초초초초초보자로 낮춰 진행하니 한결 수월했다. 뒷타임은 의외로 다들 잘 따라오셔서 옵션을 추가해서 가능한 분들은 진도를 조금 더 나갈 수 있도록 했다. 수업 끝나고 보니까 대강료가 입금되어 있었다. 돈 많이 떼먹는 곳들도 있던데 여기는 비용처리가 확실해서 마음에 들었다. 한편으로는 내가 쏟은 에너지의 수고를 생각하면 눈물이 찔끔 나왔다. 돈 벌기 정말 힘들다.


그래도 회원님들이 나가면서 인사를 해주셨다. 부끄러움에(?) 꾸벅 눈인사만 하고 쪼르륵 사라지는 분들도 계셨지만, 그래도 갑자기 처음 보는 선생이 와서 수업을 했는데 잘 따라와 주셔서 감사했다.


그리고 다음 . 내가 수업 나갔던 곳에서 6 대강 요청을 해주셨다. 마침내 스케줄이 가능했고, 페이도 다른 요가원 페이보다는 높아서 수락했다. 꼼꼼하게 집중해야 할 운동 주제도 잡아주셔서 수업 준비에 참고가 되었다. 갔던 곳이라 익숙했고 회원님들 상태를 아니까 난이도 정하고   강화할  있도록 해야 하는지도 보여서 좋았다. 그렇게 수업을  나가봤는데, 확실히 만족스러웠다. 제일 뿌듯한 일은  수업을 듣고 나오는 회원님들은 하루에 한 팀씩(커플로 2 또는 1) 등록을 했다. 아마 체험해보기로 들어오신  같은데, 만족스러우셨나 보다. 


이태원에 요가하다를 오픈 후, 주말에는 예약이 있었는데 평일은 예약이 없었다. 오픈 후 홍보도 하지 않았으니 자리를 잡을 때까진 이렇겠지. 불안한 마음에 대강을 잡아 나가기 시작했다. 정규직도 생각을 해봤는데, 뭔가 고정된 장소와 시간이 이전 회사생활을 떠올리게 만들어서 거부감이 있었다.


그렇게 한 달. 이상하게 몸이 급속도로 안 좋아졌다. 이동이 많아서 그런가? 낯설어서 긴장하느라 그런가? 내가 너무 열정을 쏟았나? 복합적인 원인이 있겠으나 일단 너무 힘들어서 이러다 죽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나만의 룰을 정했다. 타임비 기준을 정해서 내가 만족하는 액수 이상이면 ok. 그렇지 않으면 거절. 한 번 나가면 최소 두 타임 이상. 타임별 텀도 길지 않을 것. 나는 딱 수업만 하고 나오기. 문 열고 닫고 데스크 보고 요가원 정리하고 그런 거 no. 그것까지 포함이면 타임비 얼마 이상. 이렇게 정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이 기준에도 맞는데 내가 제안받았을 때 주저하게 된다? 그럼 no. 고민을 한다는 것 자체가 내 몸이 힘들거나 그곳이랑 맞지 않는 것. 돈 때문에 강사를 한 것이 아니었다. 내 안에 좋은 에너지가 가득해야 그 기운을 다른 사람에게도 나눠줄 수 있는 것인데, 내가 에너지가 없고 힘든 상태에서 기운을 나눈다(?) 오히려 회원님들 기를 내가 뺏어올지도!! 대충 요령껏 가르치라는 말을 나는 잘 모르겠다. 그렇게 성의 없는 수업을 할 수 없다. 그래서 내가 준비되지 않으면 수업을 나갈 수 없다.


6월 오픈 후 2주가 지났다. 감사하게도 평일 예약이 잡히기 시작했다. 나와 같은 프리랜서들도 있었고, 오전 또는 오후에만 일하는 분들, 이태원 근처에 거주하는 주민 분도 계셨다. 이른 아침 또는 점심시간에, 아니면 퇴근 후인 저녁에 예약하고 이용해주셨다. 정말 감사했다. 이제 내 공간에 오는 분들에게 집중하고 에너지를 나눠야겠다. 그리고 나를 더 사랑하고, 나를 더 아껴야겠다. 내 안에 좋은 기운을 가득 채우고 그다음에 나눠야겠다.


요가, 필라테스 센터들을 다녀보고 수업도 진행 해보니까 내 눈에 보이는 것이 많아졌다. 내 공간이 있고 운영을 하기 시작해서일까? 위치, 인테리어, 장비, 풍경, 등록, 홈페이지나 홍보, 사람들, 선생님들 등등 모든 것이 나의 레이더에 들어왔다. 왜 잘 되는지, 왜 안되는지 그런 시장조사도 되었고. 그리고 요가원 운영은 돈이 많이 들어간다. 시설이나 장비도 돈이고 수업료도 돈이고… 운영자(원장님), 선생님, 회원 마음도 다 이해가 된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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