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만 피아노 협주곡
축의금 봉투가 없네?
최근 부모님 지인의 자녀들이 결혼을 많이 하는지 두분이 주말에 결혼식을 가는 일이 잦아졌다. 부모님 지인들이 다들 내 또래이기 때문에 그럴법도 하다. 금요일 저녁 다음날인 토요일 오후에 있을 아빠 지인의 딸의 결혼식을 위해 분주하게 이것저것 챙기고 계셨다. 심지어 아빠는 친한 지인 딸 결혼식이라 그런지 오전에 미용실까지 예약해 두었다. 엄마는 축의금 봉투를 찾고 있었는데 "축의금 봉투가 이제 하나밖에 안남았네. 맨날 가기만 해서 그런가"라고 말씀하셨다. 아무 생각 없이 축의금은 얼마 낼꺼냐고 물어보니 적지 않은 돈을 낸다고 하길래 "기다려봐 내가 얼른 회수해볼게." 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엄마가 역으로 "만나는 사람은 있고? 준비물도 없으면서 무슨"이라고 말했다. 평소 축의금은 돌려받을 생각이 전혀 없다는 부모님이지만 어제 엄마가 그렇게 말했던 말은 평소에 나에게 하지 못하는 "우리는 이렇게 다른사람 결혼식 다니는데 도대체 너는 언제갈래?"를 우회적으로 말한것 같아 이제 결코 가볍게 들리지 만은 않았다.
눈 좀 낮춰
나이대가 나이대인지라 평소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의 질문은 항상 "지금 만나는 사람 있어?"이다. 없다고 하면 특히 결혼한 언니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눈좀 낮추라는 말이다. 평소 내 눈이 결코 높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특히 결혼한 언니들은 그런 사람 없다고, 그러니 눈을 더 낮춰라라고 말하곤 하는데 눈을 낮출 생각이 없다고 말하면 "너 그러다 결혼 못한다."이다. 처음에 이 말을 듣고 아 내 눈이 높은가? 지금 내 기준을 낮추면 진짜 결혼 못하는걸까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제 그런말을 들을 때마다 왜 함부로 남의 눈을 낮추려 하는가라고 생각하며 넘기곤 한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듯 추구하는 이성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평생 같이 할수도 있는 사람인데 나이가 차서 결혼을 해야하만 해서 어쩔수 하기 보다 각자 포기할 수 없는 상대방을 보는 가치는 명확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인에게 헌정하는 곡
어렸을 때 부터 결혼식을 따라가거나 성인이 되서 결혼식을 가면 듣게 되는 신부 및 신랑의 입장곡은 결혼 행진곡이었다. 그럴때마다 평소에 한번밖에 없는 결혼식인데 왜 다 획일화 된 노래로 입장을 할까 라는 생각을 했다. 결혼식장은 비슷하더라도 음악은 달라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때마다 난 다른 곡으로 해야지 라는 생각을 했는데, 가능하다면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을 틀고 싶다.
슈만의 피아노협주곡은 슈만의 유일한 피아노 협주곡이다. 낭만주의의 걸작이라 꼽히는 명곡이자 특히 그의 아내인 클라라를 위해 만든 곡이기도 하다. 피아노 협주곡에 대해 부정적이 었던 슈만이 부인인 피아니스트인 클라라의 격려로 낭만주의 절정을 대표하는 피아노 협주곡을 써내려 갈 수 있었다. 슈만과 클라라는 스승과 제자 사이었고 결혼생활 동안 다사다난했지만 서로 음악적 파트너로써 큰 영향을 주었다.
내가 내는 축의금 보다 특히 부모님이 다른 사람의 자녀 결혼식에 가서 내는 축의금 봉투가 다가오는 무게가 갈수록 무겁게 느껴진다.
https://www.youtube.com/watch?v=IL8hK60EJb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