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 팬에게 등을 보이지 말라
테니스 선수들의 경기 중 쉬는시간에 선수들 뒤에 경호원이 한명씩 서서 지키는 것을 볼 수 있다. 경기중 선수들을 보호하는 건 당연하지만 하필 왜 경호원들은 선수들 앞에서 지키고 있는게 아니라 선수들의 뒤를 지키고 있는 걸까?
성가신 존재, 라이벌
호날두와 메시, 김연아와 아사다마오, 임요한과 홍진호 같이 스포츠 세계에 있어서 라이벌 관계는 빠질수 없는 요소다. 선수들에겐 라이벌의 존재가 가장 큰 동기 부여가 되고, 팬들에겐 라이벌 관계인 둘 사이를 지켜보는 재미를 가져다준다. 하지만 선수에게 있어 처음엔 의식하지 않았던 다른 선수를 미디어에서 라이벌로 부추기게 되면 어느 순간 성가시게 느껴지고 의식하게 된다.
1990년대 초반 여자 테니스에도 대표적인 라이벌 관계인 선수가 있었다. 바로 독일의 슈테피 그라프와 유고슬라비아의 모니카 셀레스다. 1980년대 후반에 등장한 슈테피 그라프는 적수 없이 여자 테니스를 제패하고 있었다. 하지만 1990년대 초반 그라프보다 4살 어린 모니카 셀레스가 1990년 프랑스 오픈 최연소 우승을 시작으로 10대 때 8개의 그랜드 슬램 타이틀, 그리고 1991년 세계 1위를 차지하게 되면서 그녀가 유일하게 그라프의 독주를 막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꼭 그랬어야 만 했냐:
라이벌 팬의 난입과 부상
1993년 독일 함부르크 투어대회에서 불가리아의 막달레나 말리바와 승승장구를 달리고 있던 모니카 셀레스의 8강전 도중 한 관중이 난입하게 된다. 이 관중은 슈테피 그라프의 광팬인 독일인이었고, 경기중 휴식시간을 가지고 있던 무방비 상태의 셀레스의 어깨를 뒤에서 9인치 부억칼로 찔렀다. 이후 셀레스는 병원으로 이송되었지만, 셀레스를 찌른 관중은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을 받고 풀려났다. 이 사건 이후 셀레스는 2년간 프로 테니스계를 떠났고, 복귀 후 1996년 호주오픈에서 우승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복귀후 예전만큼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고 2008년에 은퇴했다.
모니카 셀레스의 피습사건 이후 관중을 등지고 앉게 되어 있었던 선수들의 의자는 심판의자 쪽으로 등을 향하도록 바뀌었다. 이후 현재는 다시 관중을 등지고 앉게 되었지만, 휴식시간에 선수들의 의자 뒤를 경호원이 지키게 되었다.
90년대 초반 모니카 셀레스의 압도적인 기량으로 밀리게 됐던 그라프는 자신이 의도한건 결코 아니었지만 자신의 팬에게 피습을 당했던 경쟁자의 부상 이후 다시 승승장구하게 되었고 그랜드슬램 22회의 우승 기록을 가지게 됐다. 많은 테니스 팬들이 피습사건이 아니었다면 그당시 여자 테니스계가 많이 달라졌을 거라고들 한다. 나 또한 피습 사건이 아니었다면 모니카 셀레스가 그라프의 기록을 충분히 가져갔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누가 뒤에서 경기 도중 선수의 등을 칼로 찌를 거라고 생각이나 할 수 있었을까. 테니스 경기보다 더 예측 불허인 우리의 인생 속에서도 방심한 사이 누군가 내 뒤를 공격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어보인다.
사진출처
https://www.ubitennis.net/2017/04/24-years-ago-today-stabbing-monica-seles/
http://www.espn.com/espnw/news-commentary/slideshow/10477191/9/monica-seles-vs-steffi-gra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