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있고 싶은 내향인에게 회사생활이란
MBTI를 맹신하는건 아니지만 내 MBTI는 INFJ이다. INFJ의 특징을 찾아보니 "INTJ, INTP, INFP처럼 내향적인 이상주의자 성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현실적인 장소에서는 말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친한 친구나 지인 앞에서 미래에 대한 각종 예측과 상상에 대한 말을 하기 좋아하는 특성이 있다."라고 나와있다. 나와 정확히 일치하는 부분이다. 이렇듯 대부분의 I, 즉 내향인들은 혼자있는걸 좋아하며 너무 많은 사람들과 있을 때 극도의 피로함을 느낀다. 학교 생활까지야 내가 원하는 수업을 듣고, 원하는 동아리나 학회에 들어 적당한 내향인의 텐션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회사에 와보니 회사만큼 내향적인 사람에겐 이렇게 기가 쭉쭉 빨리는 곳이 없다.
외향인이 돋보이는 조직
사람이 모인 회사에서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여러 사람들 중 돋보여야 한다.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방법으로는 사람들 앞에서 보여주는 쇼맨십, 그리고 업무 성과가 있다. 존재감을 표헌해가 위해 가장 많이 사용되는 수단으로 말을 많이 하는 방법이 있다. 내가 회사에서 봤던 여러 외향인들은 자신의 생각을 윗사람 아랫사람 할것 없이 거침없이 남 앞에서 말하고 주변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했다.
옛 직장동료였던 A는 외국인 상사와 일했다. 외국인 상사는 겉으로 보여지는걸 좋아했다. A 또한 내향인이었기에 적당히 동료들과 어울리고 내 일만 잘하면 되지 라는 생각을 갖고있었다. 하지만 어느날 A의 상사가 A와의 면담에서 왜 소셜활동하지 않냐고 주변사람들과 좀 어울리라고 했다. A는 자신은 동료들과 어울리고 잘 어울리고 있다고 생각해서 그 말을 듣고 그 면담이후 적지않은 충격을 받았다. 면담 이후 상사가 자신보다 업무성과가 좋지 않은 소셜 활동만 열심히 하는 다른 동료를 더 밀어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이직을 결심했다.
나설때는 나서는 낄끼빠빠
내향인인이라고 해서 무조건 뒤에 있는 건 아니다. 내향인도 외향인과 같이 사회인이며 회사의 한 구성원으로써 자신의 업무에 그 누구보다 책임을 다한다. 다만, 내향인은 나서야할 때만 나서고 빠져야 할때 빠지는 것을 아는 "낄끼빠빠"를 추구할 뿐이다. 회사에 있으면서 오고 가는 서면 또는 구두 커뮤니케이션을 정독하고 경청하며 업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한다. 그리고 내가 나서야 하는 업무와 나서지 말아야 하는 업무를 철저히 구분한다.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했을 때 신입이었던 A가 계속해서 실수를 했다. 같은 팀은 아니지만 A의 업무와 연관된 연차가 있었던 B가 A를 불러서 이렇게 계속 실수가 되면 업무가 진행이 안된다며 업무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야단을 쳤다. 그러자 A의 사수였던 C가 B한테 와서 업무에 대한 클레임이 있다면 본인한테 말하라며 야단을 쳐도 자기가 치겠다고 했다. 이 말을 들은 주변사람들은 놀랐다. 왜냐면 C는 평소에 과묵하기로 유명했기 때문이다. A의 사수는 C였기 때문에 B는 A가 아닌 C에게 먼저 말하는게 맞았으므로 C가 한 말이 틀린말이 없었다. A는 평소에 과묵한 본인의 사수 C를 어렵다고 생각했지만 이 일 이후로 C를 절대적으로 따랐다.
혼자 좀 있을게요
회사에서는 해독제가 필요하다. 특히 내향인에게는 혼자있는 시간이 충전할수 있는 시간이에게 점심시간이 그나마 혼자 있을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시간이며 유일한 해독 타임이다. 점심시간은 법적으로도 자유롭게 보낼수 있도록 보장된 시간이다. 동료와 함께 밥을 먹는 것은 즐겁다. 하지만 가끔 동료와 함께 점심을 먹는게 업무의 연장선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특히, 잘 맞지 않는 동료와 점심시간에 밥까지 같이 먹는건 너무 힘들다.
어떤 내향인은 점심시간에 책을 들고 카페에가 책을 읽고 왔을 수도 있고, 평소에 바빠 운동할 시간이 없어 점심시간에 운동을 하고 올수도 있다. 또한 몇일 동안 풀리지 않던 업무를 생각하며 업무에 대한 아이디어를 낼 수도 있고, 가볍게 샌드위치를 회사 근처 벤치에 앉아 먹으며 멍을 때릴 수도 있다. 다이어트를 하느라 간단하게 샐러드를 먹고 햇빛을 받으며 회사 근처를 산책하며 이런저런 생각을 할수 있다. 이렇게 각자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오면 다시 마음을 다잡고 오후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
내향적인 사람은 외향적인 사람과 달리 발화점이 다를 사람이다. 외향적인 사람처럼 겉으로 펄펄 끓는 사람이 있는 반면, 내향적인 사람처럼 겉으로 평온에 보이는 고요한 사람이 있다. 내향적인 사람은 그 고요하고 평온함을 유지하기 위에 그 밑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매우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외향적인 사람이 볼때 수줍음이 많고 적극적이 않아 보일 수 있으나 가끔은 강력한 한방을 날리기도 한다.
우리가 아는 스티브잡스, 오바마, 워렌버핏도 내향인이다. 내향인이라고 결코 퍼포먼스가 부족한건 아니다. 내향인이 억지로 외향인이 되는것은 불가능하고 설사 외향인처럼 하려고 해도 어색하다. 내향인이라고해서 회사에서 절대 주눅들지 말고 내향적인 사람만이 가진 꼼꼼함, 세심함, 경청 등 강점에 집중하며 자신을 드러내려고 한다면 이를 알아봐주는 사람이 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