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도 가기 싫은데 회식이라뇨

회식말고 칼퇴하면 안될까요?

by 이녹

직장생활에서 빠질수 없는게 바로 회식이다. 회식이란 사전적 정의로 '여러사람이 함께 밥을 먹는 것'을 뜻한다. 함께 밥을 먹으면 돈독해 진다는 느낌이 있다. 요즘엔 회식문화가 다양해서져서 회식이라 하면 술만 마시는게 아니라 점심에 조금 좋은 식당에 가서 간단히 먹는 회식을 하거나, 같이 영화나 공연을 보러가는 등 다양한 방식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업무가 끝난뒤 고깃집에 가서 1차로 고기를 먹고 술을 마신뒤 2차도 술을 마시는 회식문화가 보편적이다. 회식을 통해 팀원들과 함께 업무중에 못했던 말들을 술을 빌려 할 수 있는 좋은?효과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술자리가 있는 회식은 의미없는 말만 되풀이 할 뿐이었다.


치열한 눈치게임


회식날짜가 잡히면 치열한 눈치게임이 시작된다. 술을 많이 마시는 분위기의 팀이라면 회식 가기전에 몰래 여명이나 상쾌환을 먹는다. 회식 전 몰래 여명을 먹을 때마다 엄청난 현타가 온다. 술을 좋아하지 않는데 가기 싫은 회식을 위해 여명까지 먹어야하나?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회식 장소에 들어가면 여기서부터 본게임인 치열한 눈치게임이 시작된다. 누가 과연 회식장소에서 가장 높은 서열의 사람으로부터 멀리 떨어져서 앉을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선호하는 자리 1순위는 중앙보다 끝자리이다. 왜냐하면 높은 분들은 대부분 가운데 앉기 때문이다. 자리잡는 눈치게임에서 실패하면 그 때부터 회식은 완전히 가시방석이나 다름없다. 회식 자리는 운명이다. 일단 배정되면 그 자리를 그냥 받아들여야한다.


자리를 잡은 후에는 누가 고기를 구울 것인가에 대한 또다른 눈치게임이 시작된다. 자리에서 가장 높은 사람이 고기 굽는 것을 좋아한다며 먼저 집게를 가져가지 않는 이상 아랫사람들이 고기를 굽는다. 요즘 MZ 세대들은 회식장소에서 고기를 안굽는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는데 내가 참여했던 대부분의 회식에서는 가장 막내가 고기를 자발적으로 구웠다. 물론 완전히 자발적이라고는 생각을 안한다.막내가 구웠다면 다음 타임에는 무조건 집게를 뺏어서 내가 굽기도 했다. 윗사람이 고기를 구워도 불편하고 막내가 고기를 구워도 불편하기도 하고 회식 장소에서 어색한 사람들과 멀뚱멀뚱 있는 것 보다 집게를 잡고 뭐라도 하는게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다.


결국은 그 얘기가 그 얘기


술이 들어가기 전까지 다들 업무의 연장선으로 형식적인 얘기만 하다가 테이블에 술병이 한병 두병 늘어나면 업무 외적인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각자 자신만 알고있는 업무 외적인 회사 얘기를 하기도 하고, 갑자기 서운하다면서 서운했던 얘기를 하기도 하며 궁금하지 않은 개인사들을 꺼내 놓기도 한다. 특히 평소에 불만이 있었던 사람에게 술을 왕창 주며 복수를 하기도 한다.


1차 고깃집에서 어느정도 마시고 술을 더 마실 수 있는 이자카야 같은 곳으로 2차를 간다. 1차가 너무 빨리 끝난 경우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2차를 가는 경우 어쩔수 없이 2차에 따라간다. 2차에서 안주와 술을 시킨뒤 이야기는 더 깊이 들어간다. 1차보다 이야기가 더 깊지만 결국 그얘기가 그얘기이다. 주로 각자의 연애얘기로 빠지는데 저번 회식에 들었던 내가 아는 그 내용이다. 각자 한번씩 연애얘기를 돌아가면서 말하면 "만약에"가 시작된다. 만약에 이러면 어떻게 할래?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술을 좋아하지 않는 나는 거의 맨정신으로 똑같은 내용이 반복되고 의미없는 "만약에"가 시작되는 회식이 너무 괴롭다.


마치 아무일도 없던것 처럼


전날 새벽에 들어가거나 과음을 하더라도 회식 다음날에는 마치 전날 아무일도 없었던 것 처럼 아침에 출근을 해서 일을 한다. 이전 회사에서는 술을 엄청나게 먹어도 아무렇지 않은척 일하는게 프로페셔녈하다고 생각했다. 다들 아무렇지 않은척 하지만 아마 숙취 때문에 일을 하는건지 술에 취한건지 구분이 안될 정도로 괴로울 것이다. 술을 많이 먹지 않는 편인 나도 오랫동안 앉아 있어서 온몸이 뻐근하고 알콜과 함께 먹은 짠 안주 때문에 목이 말라 물을 엄청나게 마신다. 그 전날 회식에서 과음을 해서 술병을 깨거나 토하거나 말실수를 하거나 넘어져도 속으로는 매우 창피하겠지만 모두 아무렇지 않은 척한다.


항상 술자리에서 나오는 말이 주량이 몇병이인지 필름이 끊겨 본적이 있는지 물어보곤 하는데 주량을 셀만큼 많이 마셔본적이 없고 필름이 끊겨 본적이 없다고 말한다. 학교 다닐 때 부터 필름이 끊겨 큰 실수를 한 동기를 보고 술마시고 저런 오점을 남기지 말아야겠다라는 충격이 있기 때문이다. 회식 자리에서도 주체하지 못할정도로 술을 마신 수 많은 동료가 실수를 하는걸 여러번 보면서 주변에서 왜 술을 안마시냐고 눈치를 주더라도 눈치를 받으면 받았지 정신을 잃을 정도로 먹지 않는다. 술을 많이 마시고 다음날 아무렇지 않은척하는 것 보다 술자리에서 정신을 잃지 않도록 먹는게 더 프로페셔널 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회식이 나쁘다는건 아니다. 회식을 빌려 하고싶었던 말을 할 수도 있고 회식을 통해 팀원들과 가까워 지는건 사실이다. 여러회사 다양한 팀에 있으면서 술마실 돈으로 점심에 비싼 식당으로 회식을 해서 퇴근 후에는 회식을 하지 않는 팀에도 있어봤고 술로 시작해 술로 끝나는 회식에도 참여해 봤다. 퇴근 후 술마시는 회식의 장점을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 업무의 연장선 같고 업무보다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인다. 모든 직장인의 꿈은 칼퇴이기에 술로 시작해서 술로 끝나는 회식보다 깔끔하게 끝내는 회식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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